[김지연기자]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선정된 것을 두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서로 다른 입장을 내놓으며 삐걱거리고 있다.
대기업은 공공부문 시장은 물론이고, 조명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형광등(직관형 LED 조명) 분야에 참여하지 말라는 결정이 나오자, 수용하기 어렵다고 한다. 진입이 허용된 벌브형LED는 백열등 대체용이라 시장 규모가 작다는 것.
이에 대해 중소기업들은 그동안 중소기업들이 잘 해왔던 조명시장까지 대기업이 넘보며 욕심을 부리고 있다고 반박한다.
이달 초 업계의 동반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LED산업포럼까지 만든 양측이 이처럼 엇박자를 내는 이유는 뭘까.
이는 무엇보다 LED가 아직 성장 잠재력이 많은 시장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수은이 필요없는 친환경 광원 LED는 삼성, LG 등 주요 대기업들이 신수종 사업으로 꼽는 분야로, 적극적으로 수직계열화를 추진하고 있다.
LED는 평판TV의 백라이트유닛(BLU)이나 조명 외에도 자동차 헤드라이트, 식물공장, 고기잡이 조명 등 그 쓰임새가 무궁무진해 오는 2020년이면 세계 시장 규모가 2천650억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TV BLU 외 다른 분야는 기술 장벽과 가격 장벽 때문에 활성화되지 못한 상태. LED 조명 분야도 이제 막 시작하는 수준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지금 LED 조명의 내수시장 규모가 얼마인지, 그 중 대기업이나 외국계 기업의 시장점유율이 얼마인지는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어차피 이 시장은 매년 성장률 두 자릿수 이상으로 규모가 커질테고, 앞으로 정부와 기업의 전략에 따라 시장 상황 역시 얼마든지 바뀔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시장이 초기인 만큼, LED 산업의 국가적 경쟁력을 하루빨리 키우기 위해서는 대기업이 패키징이나 광원 개발 등에 대규모 투자를 해주는 것이 분명 필요하다.
그렇다고 외국계 기업들의 공세를 만만히 볼 것도 아니다.
중소기업계의 주장대로 외국계 기업들이 벌브형 LED 제품에 집중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그 이유는 직관형 LED에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아직 시장성이 없어서일 뿐이다.
이들은 이미 직관형 LED에 대해 활발히 연구개발을 하면서 제품을 준비하고 있다. 실제로 필립스는 지난 7월에 국내에 직관형 LED 제품을 내놓았다. 시장이 열리기만을 기다리고 있다는 얘기다.
최근 만난 업계 관계자는 "국내만 보지 말고 해외를, 현재만 보지 말고 미래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필립스, 오스람, 제너럴 일렉트릭(GE) 등 조명 분야 글로벌 빅 3 업체들은 막대한 투자를 통해 LED 칩에서부터 모듈, 광원, 등기구 등 전 공정에서의 수직계열화를 완성하는 등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며 "글로벌 기업들에 비해 브랜드 경쟁력이 부족한 우리나라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반목으로 내부의 싸움에 몰입하는 게 LED 산업을 위해 옳은 일인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아직 제대로 꽃피지도 못해 변동성이 클 수 밖에 없는 시장에 무작정 칸막이를 치기보다는 세계에 대응할 수 있는 국가 경쟁력을 키우는 방안을 먼저 생각해야 할 때라는 얘기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효과적인 협업 방안과 건강한 LED 생태계 조성안을 내놓기 위해 출범한 LED산업포럼에 서둘러 실망하고 싶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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