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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인터넷 세상, 암흑 속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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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피디아 등 서비스 중단…곳곳서 '표현 자유 수호' 외쳐

[김익현기자] 인터넷 세상에 암흑이 드리웠다. 위키피디아 등 주요 사이트들이 18일(미국 동부 시간 기준) 0시를 기해 일제히 문을 닫았다.

검은색이 지배하는 인터넷. 온라인해적행위금지법(SOPA)이 통과될 경우 인터넷 세상이 암흑으로 바뀐다는 항의의 표시다.

◆워드프레스-보잉보잉 등도 동참

이날 '서비스 중단'이란 극단적인 행동에 나선 것은 위키피디아 뿐만이 아니다. 인기 뉴스 공유 사이트인 레딧과 사진 공유 서비스인 트윗픽도 행동에 동참했다.

워드프레스와 무브온 같은 사이트도 까맣게 바뀌었다. 대표적인 블로그 사이트인 보잉보잉 역시 항의 표시로 이날 하루 서비스를 중단했다.

방법은 다르지만 구글, 모질라 등도 'SOPA 반대 시위'에 동참했다. 구글은 미국 홈페이지 하단에 '인터넷 검열을 하지 마세요'란 애교스런 문구를 박아넣었다. 이 문구를 누르고 들어가면 'SOPA반대 청원'을 할 수 있는 코너가 마련돼 있다.

당초 18일 하루 동안 홈페이지를 폐쇄하겠다고 선언했던 모질라재단은 한 발 물러섰다. 대신 홈페이지에 행동 강령으로 연결되는 링크를 박아 넣었다.

이날 시위는 온라인 공간에서만 벌어지는 건 아니다. 허핑턴포스트 등 외신들에 따르면 이날 오후 12시30분부터 뉴욕 시에 자리잡고 있는 척 슈머와 크리슨 길러브랜드 상원의원 사무실 앞에 수 천 명이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이들은 '상원판 SOPA'로 불리는 '지적재산권보호법(PIPA)'을 입안한 의원들. 그 동안 반대 여론이 거세지자 이들은 협상할 용의가 있다면서 한 발 물러선 상태다.

◆"IT업계가 거대한 로비스트에 맞섰다"

전문가들도 연이어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망중립성 이론의 기초를 닦은 팀 우 콜롬비아대 법대 교수. 그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은 웹의 정치적인 힘을 테스트할 수 있는 첫 번째 사례"라면서 "IT업계는 생각보다 훨씬 강력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웹이 가장 강력한 로비스트 중 하나에 맞서고 있다"고 평가했다.

뉴욕 테크 밋업이란 단체를 이끌고 있는 제시카 로런스 역시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법률이 비즈니스할 수 있는 능력에 직접적인 타격을 가할 수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줬다"면서 "이번 사건은 잠을 깨우는 호출"이라고 강조했다. 뉴욕 테크 밋업은 이날 맨허튼에서 항의 시위를 벌일 예정이ㅣ다.

이들이 항의하고 있는 SOPA는 초강력 규제 조항을 담고 있는 대표적인 인터넷 악법이다. 저작권을 침해한 사이트에 대해 법원이 광고나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도록 명령할 수 있다. 검색 목록에서 제외하란 명령도 가능하다. 정도가 심할 경우엔 인터넷 서비스제공업체(ISP)들에게 해당 사이트 접속을 차단하도록 명령할 수도 있다.

SOPA와 PIPA는 지난 1998년 논란 끝에 제정된 디지털 밀레니엄저작권법(DMCA)보다도 훨씬 더 강력하다. DMCA에 규정된 '안전한 항구(safe harbor)'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DMCA의 '안전한 항구' 조항은 일종의 면책 규정이었다. 서비스 제공자들이 사용자의 행위 때문에 처벌을 받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 즉 불법 콘텐츠를 성실하게 제거하려는 노력을 했을 경우 별도 처벌은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SOPA에는 이런 조항이 없다. 사실상 무한 책임을 지도록 돼 있다. 많은 인터넷업체들과 관련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자칫하면 '불법 콘텐츠'란 빈대를 잡으려다 '표현의 자유'란 '초가삼간'까지 태울 수 있다는 것이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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