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용기자] 네트워크 장비의 유지보수체계 개선 이슈가 국내 네트워크 업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여기에 외산 장비와의 역차별 개선 논의까지 더해지면서, 그동안 국내 네트워크 업계가 꾸준히 제기해 온 장비 구매 제도 개선이 현실화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고 보니 최근 방송통신위원회는 네트워크정책국을 중심으로 업계와의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장비 업체의 경쟁력 제고와 유지보수 계약 제도 개선을 위한 정책을 수립한다는 계획이다.
◆낮은 유지보수요율, 제품 및 산업 경쟁력 저하 야기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장비업체가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국내 서비스사나 공공조달 시장에서 받는 유지보수 요율은 납품가액 대비 평균 1% 수준.
하지만 여기에는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와 원격 및 현장 기술지원 업무가 포함돼 있다. 이같은 기술지원 업무를 제외할 경우 유지보수 요율은 더욱 낮아지는 것이다.
그러나 해외 기업이 국내 통신 3사로부터 받는 요율은 대략 3% 수준이다. 이 또한 중간 시스템통합(SI) 업체 요율은 제외한 수치라 역차별 현상이 고착화되는 모양새다.
국내 한 네트워크 장비 업체 관계자는 "국내 장비업체가 해외 고객사와 거래하는 경우 계약 요율은 평균 5~10% 수준"이라면서 "해외지역이기 때문에 여기에는 현장출동(테크니컬 써포트) 업무가 빠져 있으며, 실제로 이 부분이 포함되면 요율은 더 높아진다"고 전했다.
실제로 방통위가 지난 달 발표한 네트워크 장비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평균 유지보수 요율은 납품가액 대비 1.2%로, 외산 장비의 3~5%에 비해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방통위 관계자는 "무상 유지보수 기간은 평균 2.1년으로서 외산 장비의 3월~1년에 비해 긴 것으로 나타나, 합리적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 네트워크 기업들은 이같인 낮은 유지보수요율이 국내 장비 업계의 경쟁력 저하를 야기했다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방통위의 네트워크 장비산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29개 장비 업체의 연간 평균 매출액은 397억원에 머물렀다.1천억원 이상의 기업은 다산네트웍스와 유비쿼스 뿐이었으며, 300억원 이하의 기업은 14개나 됐다.
평균 영업 이익률 또한 2.2%로 나타났는데, 10% 이상인 기업은 6개인 반면, 영업 손실 기업은 11개나 됐다. 중소제조업 평균 영업 이익률이 5.6%인 것에 비해 형편 없는 수치인 셈이다.
경영 악화로 인해 전문 연구인력 확보도 애를 먹고 있는 상황. 29개 기업의 80% 이상이 학사 이하인 학력 보유자로 박사와 석사급 인력은 각각 1.6%, 16.2%에 머물렀다.
◆정부 지침, 여전히 장비 구매 현장에선 적용 제한적
이같은 불합리한 유지보수요율을 현실화하고 장비 구매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 2010년 8월 관계부처 합동회의를 통해 IT 네트워크 장비산업 발전전략을 채택했다.
정부의 발전전략에 따르면 정부는 우선 불합리한 네트워크 장비 구매 관행 제도 개선을 위해 일정규모 이상의 공공기관 정보화 및 인프라 구축 사업의 기본설계서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다.사전 규격공개와 설계심사를 의무화해 외산에 유리한 스펙(규격) 작성을 방지하기 위한 정책이다.
또한 저가 입찰 폐해방지를 위해 정보화사업 선정 평가제도도 개선하기로 했다. 기술능력평가 비중을 높여 기술 및 유지보수 비율 90, 가격 10을 원칙으로 조정한 것이다. 여기에 정부는 적정 유지보수비용 지급 규정을 마련해 납품단간 대비 10~15%를 보장하기로 했다.
지식경제부는 이같은 IT네트워크 장비산업 발전전략에 따라 지경부 및 지경부 산하 유관기관이 발주하는 3억원 이상의 IT 네트워크장비 구축사업과 모든 IT네트워크 장비 운영·유지·보수 사업을 개선한 IT 네트워크장비 구축·운영 지침을 제정했다.
이에 따라 지경부와 관계 산하기관의 IT네트워크 장비 구축 사업 및 유지보수 사업에서는 기술대 가격 배점이 90대 10으로 하고 있으며, 유지보수 부분에 대해서도 장비의 무상 유지보수 기간은 1년을 원칙으로 하고, 적정 유지보수 비용을 국산·외산간 차별 없이 지급하도록 했다.
그러나 여전히 외산 장비 선호 풍토와 유지보수요율 현실화는 이뤄지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지경부의 IT네트워크 장비 구축·운영 지침이 타 정부기관이나 민간으로 전이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네트워크 장비 업계 관계자는 "지경부의 지침은 일부 정부부처가 발주하는 사업에만 적용되 있고, 대부분의 공공발주 사업이나 통신사들의 장비 구매 관행에는 여전히 적용되지 않고 있다"며 "방통위에서도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대책 마련을 위해 업계와 간담회를 이어나가고 있으니, 조만간 실질적인 가이드라인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외국정부의 네트워크 장비 산업 육성책은?
미국 네트워크 장비 시장의 경우 정부가 '국가초고속망' 구축시에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소속 국가(미국, 캐나다, 멕시코) 및 이스라엘 지역에서 생산되는 장비를 가격 기준으로 50% 이상 구매해야 하는 '바이 아메리칸법'이 시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시스코의 경우 연매출의 약 12% 수준을 국방부에 납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의 경우에도 정부가 100억 달러 규모의 현금을 융자 형태(Line of Credit)로 지원하고, 내수 시장에서의 적정 이윤 보장을 통해 수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에 따라 화웨이 등의 중국 기업은 정부 지원과 거대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중국 장비 기업들은 내수 시장에서 충분한 이윤을 보장받음으로써 해외에서 저가로 공급이 가능하며, 중앙은행이 자금 융자에 참여해 신흥국가들에서 쉽게 수주 성과를 내고 있다.
김관용기자 kky1441@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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