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 비례대표 경선 '부정·부실 선거' 일파만파

[채송무기자] 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 경선이 총체적 부정·부실 선거로 치러진 정황이 드러나 진보정당의 도덕성에 치명타를 안길 것으로 보인다.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경선에서 진행된 현장 투표, 온라인 투표 모두 심각한 부정 사례가 드러났다.

이는 지난 야권 연대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드러난 이정희 대표의 여론 조작 의혹과 합쳐져 통합진보당 내 심각한 선거 부정의 일상화를 보여주는 것이어서 더욱 뼈 아프다.

당 진상조사위원장인 조준호 통합진보당 공동대표는 2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례대표 선거가 선거 관리 능력 부실로 총체적 부정·부실 선거로 규정된다"며 "이로 인해 당원들의 민의가 왜곡되고 국민의 질타를 받은 것에 대해 당원으로서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고 그간의 조사 결과를 보고했다.

온라인 투표는 선거관리위원회와 연관이 없는 사무국 관련자의 임의적 판단에 따라 시스템 환경과 프로그램 내용에 대한 수정 의견이 4차례 진행됐다.

조 대표는 "투표 와중에 시스템 수정은 불가하고 부득이 수정할 수 밖에 없다면 엄격한 통제와 관리를 해야 함에도 수용되지 않았다"며 "수 차례에 걸친 프로그램 수정은 투표함을 여는 것과 같은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기표 행위 결함도 발견돼 투표 데이터를 직접 수정하는 것과 같이 온라인 투표의 신뢰성을 잃었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특히 앞서 진행된 청년 비례대표 투표 과정에서 동일한 문제제기가 있었음에도 사전에 개선되지 않고 오류를 반복해 단순한 실무 차원의 오류가 아니라 심각한 선거 관리 부실로 볼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조 대표는 온라인 투표상 시스템 수정의 의도성 개입에 대한 확대 해석은 경계했다.

조 대표는 "컴퓨터 상에서 어떤 작업이 진행됐다는 기록을 남기는 형성관리프로그램을 깔지 않았기에 (인터넷) 창에 들어가기 편하게 수정 작업만 했는지 아닌지 확인할 길이 없어 안정성이 보장돼 있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이라고 한정지었다.

특히 샘플링 조사 결과 당원이 아닌 이의 투표가 이뤄진 사례가 나오는 등 실제 부정 선거의 사례가 확인돼 이에 대한 추가 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조 대표는 설명했다.

현장 투표 역시 문제가 심각했다. 현장 투표에 대해서 조 대표는 "조사한 결과 다수 투표소에서 다양한 형태의 부실 행위가 나타났다"며 "투표 마감 시간 이후 등록되지 않은 적지 않은 현장 투표가 집계돼 투표를 신뢰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는 현장투표가 이뤄지는 전체 선거구 가운데 3분의 1인 70여개 지역에서 샘플을 채취해 이뤄졌으며, "적지 않은 곳에서 부정행위가 확인되고 있다"고 당직자가 확인했다.

대리 투표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조 대표는 "동일인 필체가 이어져 있는 식의 대리투표로 추정되는 것에 대해 사실확보가 된 상태"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조사 결과 결론적으로 이번 선거가 정당성과 신뢰성을 잃었다고 보기에 충분하며 책임 소재가 분명한 사안에는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이를 바탕으로 전체 당원과 국민이 수용할 수 있는 재발방지 대책 등 당 쇄신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통합진보당은 당 진상조사위원회가 부정·부실선거를 확인한 만큼 대표자 회의와 정국 운영위를 열어 비례대표와 관련된 당의 공식적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