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리기자] 오는 8월18일부터 정보통신망법 개정으로 인터넷상 주민번호 사용이 전면 제한되지만 여전히 주민번호를 대체할만한 수단이나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업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포털·게임업체·온라인쇼핑몰 등 인터넷 사업자들은 내달 18일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본인확인, 성인인증 등 관련 시스템 변경 및 대체수단 적용을 위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주민번호를 요구하는 제한적본인확인제(인터넷실명제), 셧다운제, 금융거래법 등 다른 법률과 충돌한다.
정부가 행정기관 간 협의를 거쳐 명확한 가이드라인과 대체수단을 마련해줘야 하지만, 개정된 망법은 업계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아이핀·공인인증서·휴대폰인증 등의 방식 도입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문제라며 우왕좌왕하고 있다는 것.
특히 아이핀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아이핀 발급기관에 대한 해킹 개연성을 부정하지 못하고 해킹 시 한 곳에 집적돼 있는 개인정보가 고스란히 유출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포털 고위 관계자는 "법적 의무 이행을 위해 회원가입 등 페이지 개편과 14세 미만 아동 법적 대리인 동의 획득, 성인인증, 본인확인 등을 하기 위해 방통위에서 제공하는 대체 수단을 적용하려 한다"며 "그러나 주민번호없이 이용자 정보 확인을 위한 대체수단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로 법이 시행될 경우 많은 사업자들을 법률 위반자로 만들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는 아이핀을 완벽한 대체수단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2010년 주민번호 도용을 통한 아이핀 불법생성 사건이 일어났으며 이용률 또한 5% 미만으로 극소수만 이용해 현실적으로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면서 "아이핀이나 다른 안전한 인증수단 등 '한국적'인 방식으로 인터넷회원가입을 수행하는 것이 문제"라고 덧붙였다.
주요 포털들을 비롯한 대형 업체들은 지난해 개인정부 유출사건이 발생한 후 정보보호 정책을 수정, 주민번호 수집 중단 및 폐기를 하는 등 일단 정책 시행을 앞두고 어느정도 채비는 갖추고 있다.
그러나 개인 쇼핑몰과 같은 중소 사이트의 경우 정부의 불충분한 정책 안내 및 홍보로 인해 어떠한 경우가 주민번호 수집이 허용되고 예외에 포함되는지 혼란스러워 하고있다.
또한 시스템 변경에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들기 때문에 정책 시행 한달을 남겨두고서도 손도 대지 못한 경우가 태반이다.
해외 구매대행 사이트 운영자 조 모씨는 "주민번호 수집을 하면 안된다는 기사는 봤지만 언제부터 어떻게 회원가입 시스템을 변경해야할지 알지 못하고 있다"며 "기술적인 부분을 개인 사이트 운영자들이 처리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중소 커뮤니티 운영자 김 모씨는 "중소 사이트 역시 정확히 제도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개정안이 시행된 후 유예기간 동안 포털 등 대형 리딩기업을 벤치마킹해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대형 쇼핑몰 관계자는 "금융거래법상 거래 기록을 남기기 위해 5년동안 주민번호를 보관해야 한다"며 "정부가 예외조항을 두기로 했지만 두루뭉술한 가이드라인으로 인해 예외에 해당하는지 명확하지 않다"고 토로했다.
게임 업계는 청소년보호법상 연령 확인, 셧다운제 등 주민번호를 요구하는 다른 규제와 충돌하지만 이를 대체할 수단이 마땅치 않아 고민이다.
게임포털 관계자는 "아이핀·공인인증서로는 연령확인을 할 수 없어 현재로서는 청소년 보호 차원에서 사용자를 식별할 수단이 없는 상황"이라며 "방통위에서 대체수단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개정안 시행 후 6개월의 계도기간동안 상황을 살펴보고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법 시행 전에 이미 행정기관 간 협의가 이뤄져 관련 법령을 일관성 있게 조율한 상태에서 진행돼야 함이 맞다"며 "하루라도 빨리 정리를 해 업계에서 혼선이 없도록 가이드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 전문가는 "이용자 정보확인을 위한 대체수단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법이 시행되면 꼭 필요한 개인정보만을 수집해 안전하게 관리하자는 개정 법률의 취지도 달성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곧 대체수단이 마련될 것으로 아는데 유예기간 내에 적용할 수 있도록 제공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만약 지연될 경우 정부는 유예기간 및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적극 법을 따르고자 하는 업계를 지원해야 할 것"이라며 "개인정보보호에 대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선 기업이 최소한의 정보를 수집하는 환경 조성이 최우선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에 방통위 김광수 개인정보보호윤리과장은 "개정안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 주민번호전환지원센터 안내 뿐 아니라 컨설팅도 무료로 지원하는 등 최대한 사업자에게 알리는 것에 주력하고 있다"며 "또한 6개월의 계도 기간을 주는 등 사업자의 의견을 상당부분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적극 활용하면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영리기자 miracl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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