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현기자] 삼성이 고의로 애플 특허권을 침해했다는 배심원 평결이 뒤집어졌다. 이에 따라 삼성은 지난 해 12월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 기각에 이어 또 한 차례 유리한 판결을 받아내는데 성공했다.
삼성-애플 특허 소송을 담당하고 있는 루시 고 판사는 29일(현지 시간) 삼성의 특허권 침해에서 고의성은 없었던 것으로 판결했다고 주요 외신과 특허 전문 사이트 포스페이턴츠가 일제히 보도했다.
지난 해 8월 새너제이 지역법원 배심원들은 삼성이 고의로(willfuly) 애플 특허를 침해했다고 평결했다. 루시 고 판사가 특허권 고의 침해란 평결을 수용할 경우 삼성의 배상금은 최대 3배까지 늘어날 수 있었다.
비록 특허 침해 평결 자체가 뒤집어진 것은 아니지만 삼성 입장에선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루시 고 판사는 애플의 멀티 터치 관련 소프트웨어 특허와 디자인 특허권 4개가 명확하지 않다는 삼성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루시 고 "애플, 객관적 고의성 입증 못했다"
이날 판결의 최대 쟁점은 삼성이 고의로 애플 특허권을 침해했느냐는 부분이다. 판사가 삼성이 고의로 애플 특허권을 침해한 것으로 인정할 경우 배상금이 최대 3배 수준으로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될 경우 삼성이 지불해야 할 배상금은 최대 30억 달러에 이를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지난 해 8월 배심원들은 삼성에 10억5천만 달러 배상 평결을 했다.
하지만 루시 고 판사는 삼성의 고의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루시 고 판사는 이날 "고의성이 인정받으려면 (삼성이) 주관적, 객관적 요건이 성립된다는 사실을 애플 측이 증명해야만 한다"고 판결했다.
즉 특허권의 존재에 대해 알고 있는 어떤 사람이 특허 침해했다고 생각할 개연성이 많을 경우엔 객곽적으로 고의성이 높다고 판단하게 된다. 반면 특허권을 침해한 사람이 특허권을 침해한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알고 있었거나, 알아야만 했다고 판단될 경우엔 주관적 고의성 요건이 높은 것으로 보게 된다.
지난 해 8월 배심원들은 삼성이 멀티터치 소프트웨어 특허권과 디자인 특허권을 침해할 때 주관적 고의성이 있었던 것으로 평결했다.
하지만 특허권 침해에 고의성이 있었다는 판결을 하기 위해선 '객관적 요건'도 성립돼야 한다. 그리고 이 부분은 배심원이 아니라 판사가 판결하도록 돼 있다.
포스페이턴츠에 따르면 루시 고 판사는 "삼성이 특허 침해에 대해 객곽적으로 납득할 만하게 변호했다면 객관적으로도 고의성이 있었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고 판사는 이날 러버 밴딩(특허번호 381)를 비롯해 탭투 줌(163), 핀치 투 줌(915), 그리고 디자인 특허권 두 건 등 총 5건의 특허권에 대해 모두 객관적 고의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삼성 표준특허권 일부 무효 판결도
하지만 루시 고 판사는 재판 자체가 불공정했다는 삼성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루시 고 판사는 "균일한 시간 제한과 증거 제출이라는 공정한 규칙에 따라 재판이 진행됐다"면서 "배심원 평결 역시 증거에 반하는 부분은 없었다"고 판결했다.
고 판사는 애플의 디자인 특허권 두 건(D'087, D'677)과 사용자 인터페이스 디자인 특허(D'305)이 유효할 뿐 아니라 삼성의 침해 사실을 인정한 배심원 평결은 정당했다고 말했다.
이날 루시 고 판사는 또 삼성의 일부 표준 특허권은 무효라고 판결했다. 외신들에 따르면 고 판사는 무선 패킷 전송과 관련된 삼성의 941 표준특허권 중 10번과 15번에 대해 무효라고 판결했다.
루시 고 판사의 이 같은 결정은 전체 판결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 해 8월 배심원 평결 당시 애플이 삼성의 특허권은 침해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루시 고 판사는 이날 ▲삼성이 애플 특허권을 침해했다는 사실은 인정했지만 ▲특허 침해에 고의성이 있었다는 부분은 받아들이지 않은 셈이다. 고 판사는 삼성이 애플에 지불할 배상금 규모에 대해선 판결하지 않았다.
하지만 삼성으로선 애플 특허권을 고의로 침해하지는 않았다는 판결을 받아냄에 따라 배심원들이 매긴 배상금보다 더 늘어날 가능성은 사라지게 됐다. 배상금이 대폭 줄어들 여지를 남겨두게 된 셈이다.
삼성 입장에선 지난 해 12월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된 데 이어 이날 '특허권 고의 침해'란 부담까지 덜어냄으로써 항소심까지 이어질 이번 재판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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