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숙기자]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 사건을 둘러싼 진실공방이 첨예하다. 윤 전 대변인이 기자회견을 자청해 입장을 밝혔지만 성추행 여부, 중도 귀국 경위 등 쟁점에 대해선 의혹만 증폭되고 있다.
사건의 핵심인 성추행 여부에 대해 미국 현지 경찰 신고서에는 윤 전 대변인이 술자리에서 여성 인턴의 엉덩이를 잡았다고 표기돼 있다. 피해 여성도 윤 전 대변인이 "허락 없이 엉덩이를 움켜쥐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윤 전 대변인은 11일 기자회견에서 "테이블이 상당히 길었다. 그 맞은편에 가이드(여성 인턴)가 앉았고 제 오른편에 운전기사가 앉았다"며 "운전기사가 있는데 어떻게 그 앞에서 성추행을 할 수 있겠느냐"고 해명했다.
다만 윤 전 대변인은 "좋은 시간을 보내다가 나오면서 가이드의 허리를 툭 한 차례 치면서 '앞으로 잘해. 미국에서 열심히 살고 성공해'라고 말을 하고 나온 게 전부"라며 "돌이켜 보건데 제가 미국 문화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는 생각에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전 대변인은 술자리에 운전기사가 동석했다고 밝혔지만 이를 두고도 엇갈린 주장이 나오고 있다.
JTBC는 대사관 진상조사 결과 술자리에 윤 전 대변인과 인턴 두 사람만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고, 연합뉴스는 '운전기사가 동석한 것은 맞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3명이 같이 있었다고 할 수는 없다'는 주미 한국대사관 관계자의 말을 빌어 운전기사가 확정적 증언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보도했다.
방미 일정 종료 하루 전 중도 귀국한 경위를 놓고 윤 전 대변인과 이남기 청와대 홍보수석이 정면충돌했다.
윤 전 대변인은 "8일 조찬 행사 직후 이 수석이 전화해 영빈관에서 만났는데 이 수석이 '재수가 없게 됐다. 성희롱에 대해선 변명해 봐야 납득이 되지 않으니 빨리 워싱턴을 떠나 한국으로 돌아가야 되겠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윤 전 대변인은 "내가 이 수석에 '잘못이 없는데 왜 일정을 중단하고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나. 해명을 해도 이 자리에서 하겠다'고 했지만 이 수석이 '1시30분 비행기를 예약해 놨으니 호텔에서 짐을 찾아 나가라'고 했다"며 "홍보수석은 내 직책상 상관이라 그 지시를 받고 내 카드로 비행기표를 사서 인천공항에 도착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수석은 "윤 전 대변인을 영빈관 앞에서 5~10분 가량 만나 '(성추행 의혹이) 사실이냐'고 물었고, 박 대통령의 상·하원 합동연설 참석이 급해 전광삼 청와대 선임행정관과 상의하라고만 말하고 자리를 떴다"고 반박했다.
전 선임행정관도 "윤 전 대변인에게 고발당했으니 조사받는 게 불가피해 알아서 결정하라는 취지로 말했지 귀국하라고 종용한 것이 없으며 귀국 비행기 티켓을 예약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건을 둘러싼 양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면서 향후 진실 규명 여부에 따라 한 쪽이 치명상을 입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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