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현기자] 삼성디스플레이가 2천500만달러를 투자해 미국에 특허전문기업을 설립해 화제가 되고 있다.
국내외 여러 매체들에 따르면 삼성은 지난 3월 2천500만달러(한화 약 227억원)을 투자해 미국 워싱턴 DC에 특허인수 전문기업 ‘인텔렉츄어 키스톤 테크놀로지(IKT)’를 설립했다.
특히 IKT는 일본 업체 세이코 엡손이 보유하고 있던 디스플레이 관련 특허를 매입하면서 본격 행보를 시작했다.
특허전문 사이트인 포스페이턴츠는 26일(현지 시간) 삼성이 미국에 특허전문 법인을 설립한 것은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요구하는 국내 산업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에선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할 때 연방법원과 ITC 두 곳 중 한 곳을 선택할 수 있다. 특허권 침해 여부만 판결하는 연방법원과 달리 ITC는 좀 더 엄격한 기준을 요구한다. 즉 유효한 특허권을 침해했다는 사실 뿐 아니라 미국 국내산업 및 공익성 고려 조건을 함께 충족시켜야 한다.
기준이 엄격한 만큼 ITC에서 승소할 경우엔 대가도 크다. 무엇보다 미국 내 수입 금지 조치를 받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엔 미국 기업들도 생산 시설을 대만 등에 이전했기 때문에 수입 금지 조치를 내리게 되면 곧바로 타격을 받게 된다.
삼성이 미국 내에 특허법인을 설립한 것은 이런 부분까지 고려했다는 것이 포스페이턴츠의 분석이다.
◆"ITC 소송서 금지 명령 받아낼 때도 큰 힘"
포스페이턴츠에 따르면 특허 침해 때 수입금지 조치를 받아내기 위한 '국내산업 존재' 조건은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충족시킬 수 있다.
첫번째는 미국 내에서 제품을 판매해야 한다. 이 때 특허 침해를 주장하는 기업은 기술적인 부분과 경제적인 부분 두 가지를 입증해야 한다.
즉 자신들이 판매하는 제품에 관련 특허권이 존재할 뿐 아니라 자신들이 미국 내에서 개발, 마케팅, 제조 등과 관련한 투자를 했다는 것 보여줘야 한다.
두 번째는 적극적으로 라이선싱하는 방식을 통해 '미국 국내 산업 존재'란 조건을 충복시키는 방법이 있다고 포스페이턴츠가 전했다.
삼성 디스플레이가 미국에 특허전문 법인을 설립함으로써 미국 시장에서 자신들이 보유한 특허권의 위력을 좀 더 강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자신들의 특허를 라이선스하는 데 소극적인 기업들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할 뿐 아니라 ITC 소송을 통해 금지 명령을 받아내는 데도 한결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는 것이 포스페이턴츠의 분석이다.
포스페이턴츠는 "만약 삼성 디스플레이가 한국 이외 지역, 혹은 외국에 있는 세금 도피처 같은 곳들에서 라이선스 사업을 할 경우엔 국내산업 조건을 충족시키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라이선스 비즈니스 초점 맞춘 셈"
최근 미국 의회는 '정체불명 특허 금지법(End Anonymous Patents Act)'를 추진하고 있다. 특허권의 존재 자체를 좀 더 투명하게 알리려는 취지의 법률이다.
이 법이 겨냥하고 있는 것은 물론 특허 괴물들이다. 길목을 지키고 있다가 덮치는 특허괴물들의 행태를 더 이상 보고 있을 순 없다는 위기 의식이 미국 정가에까지 확산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 디스플레이가 특허 전문 법인을 미국에 설립한 것은 투명한 라이선스 비즈니스를 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IKT가 어떤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지 미국 내에서 바로 공개될 것이기 때문이다.
포스페이턴츠 역시 "삼성이 라이선스 비즈니스에 초점을 맞춘 것은 축하할 만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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