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송무기자] 새누리당이 9일까지 정기국회 의사일정 합의가 되지 않으면 단독으로 국회를 운영하겠다고 압박했지만 야당은 무반응으로 일관하고 있어 사실상 국회 파행이 이어질 전망이다.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의 귀국 후 추석 전에 여야 영수회담을 열 수 있도록 분위기 조성을 하고 아울러 야당에게는 국회 일정 참여를 종용하며 출구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자유민주주의 훼손 세력과 무분별하게 연대해 종북의 숙주 노릇을 하지는 않았는지, 지금도 이들을 비호하고 있지는 않은지 반성해야 한다"고 민주당을 비판했다.
최경환 원내대표도 "정기국회 개회식 후 일주일이 지났지만 8월에 이미 끝냈어야 할 결산조차 못하고 있다"며 "김한길 대표는 현안이 있는 상임위를 가동시키자고 했지만 전혀 협의에 응하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국회가 여야 누구도 아닌 오로지 국민을 위한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원내대표는 "오늘까지 의사일정 합의가 되지 않는다면 책임있는 집권 여당으로서 국민을 대신해 상임위를 내일부터 열도록 하겠다"며 "이제는 더 이상 열려 있는 국회를 개점 휴업 상태로 놔둘 수만은 없는 한계점에 이르렀다"고 민주당을 압박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별다른 입장 변화를 보이지 않아 정상적인 정기 국회는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한길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독일 메르켈 총리와 담소하는 사진을 봤다"며 "메르켈 총리가 나치 만행에 거듭 사죄하는 이유는 그가 독일의 국가 수반이기 때문이다. 메르켈 총리는 '나는 직접 책입질 일이 없으니 사과할 것도 없다'고 말하지 않는다"고 대통령을 겨냥했다.
김 대표는 이어 "박 대통령이 선진국 정상들과 함께 하며 국가 정보 기관이 대선에 개입했을 때 대통령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제1야당 대표와의 만남을 언제까지 거부할지 의견을 나눴다면 우리 정치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새누리당이 정기국회 의사일정을 협의하기 위한 시한으로 잡은 9일에도 여야간 별다른 협상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민주당 정호준 원내대변인은 "원내 수석부대표 간에도 의사일정에 대한 중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재 대통령도 야당 대표와의 회동을 무시하고 있는 등 상황 변화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의사일정에 전면 참여할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다만 민주당이 이날 오후 4시 원내대표와 상임위위원장 및 간사단 회의가 예정돼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민주당은 상임위원장 및 간사단 회의에 대해 상임위 별로 중요한 현안 등에 대해 논의하기 위한 자리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현안인 정기국회 의사일정 합의 등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국회 파행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은 야당 대표의 거듭된 영수회담 요청을 대통령이 무시하는 상황에서 꼬인 정국을 풀 수 없다는 냉소적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응하지 않으면 여당 단독으로 할 수 있는 것도 사실상 없다.
여당 출신 상임위원장이 있는 상임위를 개최하는 것 외에 국회 일정에서 여당이 단독으로 할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다. 국회의장의 직권상정도 국회 선진화법에 의해 사실상 불가능하게 된 상황이다.
추석이 코 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야 갈등은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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