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숙기자] 2013년도 정기국회가 개회 이후 일주일 넘게 파행을 빚고 있다. 국회법 상 이미 마쳤어야 할 전년도 결산안 심사는 손도 대지 못했고, 민생·경제살리기 법안은 정쟁 속에 묻혔다.
10일 현재까지도 여야는 정기국회 의사일정 합의를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 추석 전 국회가 정상화되지 않을 경우 국정감사와 예산안 심의에 큰 차질이 불가피한데도 여야는 정치 공방만 이어가는 모습이다.
새누리당은 민주당이 협조하지 않을 경우 이날부터 상임위를 가동하겠다며 민주당을 압박했고, 민주당은 시급한 현안이 있는 상임위에만 선별적으로 참여하고 그마저도 결산심사는 거부한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16개 상임위원회 중 어느 한 곳도 정기국회 또는 결산 관련 회의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서도 여야는 정치적 공방에만 몰두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이석기 사태'에서 비롯된 종북 논란을 이어가며 지난해 4.11 총선 당시 통합진보당과 연대했던 민주당에도 책임을 묻고 있고, 민주당은 '유신 독재'를 들먹이며 맞불을 놓는 형국이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새누리당의 뿌리는 독재정권"이라고 발언한 데 이어 나치 만행에 대해 사죄한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사례를 언급하며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했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의 '단독국회' 압박에 "공안최면상태에 빠져 오만과 교만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전형적인 협박정치이자 구태"라고 비난을 쏟아냈다.
이에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민주당을 겨냥해 "종북세력의 숙주 노릇을 하지는 않았는지 반성해야 한다"며 이례적으로 강도 높은 발언을 했고, 유기준 최고위원도 "민주당은 뿌리 논쟁 이전에 야권연대를 통해 종북 세력을 국회에 입성케 한 것부터 반성하라"고 공격했다.
홍문종 사무총장은 김 대표가 '국정원이 이석기 의원보다 더 큰 죄를 저질렀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점을 거론하며 "국민들은 민주당의 죄가 이석기의 죄보다 크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국 경색이 장기화되는 것은 여야 모두 부담이다. 추석 전 국회가 정상화되지 않을 경우 국정감사와 예산안 심의에 큰 차질이 불가피하고, 시간에 쫓겨 정기국회 막판 각종 법안과 예산안을 급히 처리하다 보면 '졸속 처리'라는 국민적 비판도 피할 수 없다.
특히 새누리당은 집권 여당으로서 야당을 다독이며 정국을 원만히 이끌어야 할 책임이 있다는 점에서 현재의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적극 나서야 하는 입장이다.
최경환 원내대표가 "대통령이 귀국하면 야당과 대화의 자리를 자연스럽게 만들어 국회 정상화의 물꼬를 트겠다는 노력을 백방으로 하고 있다"고 밝힌 것도 이 같은 '책임감'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최 원내대표는 또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 감정을 누그러뜨릴 필요가 있다. 대화와 타협으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하는 정치권이 상대를 향해 격한 감정을 쏟아내면 정국은 더 꼬이기만 하고 국민들은 불안해 할 수밖에 없다"며 '막말 공방' 자제령을 내리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 안팎에서는 박 대통령이 해외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는 오는 11일부터 추석 연휴까지가 정국 정상화의 분수령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이 영수회담을 통해 국정원 개혁을 논의할 것을 정국 정상화의 전제조건으로 내걸고 있고 새누리당도 '대화의 자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인 만큼 박 대통령의 결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윤미숙기자 come2m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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