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숙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기초연금 공약 후퇴 논란에 대해 사과했다. 공약을 포기한 것이 결코 아니며 임기 내 반드시 실천하겠다고 약속도 했다. 그러나 이를 위한 구체적 재정확보 방안에 대한 언급은 없어 논란의 불씨를 남겼다.
박 대통령은 26일 열린 국무회의 말미에 "그동안 저를 믿고 신뢰해주신 어르신들 모두에게 지급하지 못하는 결과가 생겨 죄송한 마음"이라며 기초연금 정부안이 자신의 대선 공약 보다 축소된 데 대해 사과의 뜻을 표했다.
그동안 정치권 안팎에서는 박 대통령이 유감을 표명하는 수준에서 입장 표명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죄송한 마음'이라는 표현으로 사실상 '사과'를 한 것이다.
나아가 박 대통령은 "이것이 결국 공약의 포기는 아니다. 국민과의 약속인 공약은 지켜져야 한다는 저의 신념은 변함이 없다"며 "앞으로 소득상위 30%의 어르신들에 대해서도 재정여건이 나아지고 국민적 합의가 있다면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박 대통령은 '국민대타협위원회'를 만들어 기초연금 등 복지제도 확대 방안에 대한 국민적 의견 수렴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공약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재원 확보 방안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기초연금 축소 배경에 대해 "세계경제 침체와 맞물려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세수부족이 큰 상황이고 재정건전성도 고삐를 위어야 하는 현실에 직면해 있는 상황에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는 향후 경기가 회복되면 세수가 늘어나고 복지공약 이행을 위한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같은 예측대로 흘러갈지 여부는 불투명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세계 경제 상황이 불확실한데다 가계부채, 부동산 경기 침체 등 국내외 문제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의 경제성장률 예상치 기준을 3.9%로 잡았지만 이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있어 복지 공약이 축소된 현 상황에서조차 재정건전성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박 대통령이 우선시하는 지하경제 양성화, 세금탈루 문제 해결 등의 방안만으로는 복지 공약에 소요되는 재원을 마련하기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결국 논란은 '증세'로까지 번질 수 밖에 없다. 박 대통령도 최근 여야 대표와의 3자 회담에서 증세 가능성을 언급했고, 여당인 새누리당 내에서도 '증세 불가피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공약 파기'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은 '증세 없는 복지'이기 때문이다.
윤미숙기자 come2m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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