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숙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정치권의 개헌 논의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과 관련, 여당인 새누리당 내에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당내 개헌론자들은 국회 차원의 개헌 논의를 계속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친박계 일각에서 박 대통령의 '개헌 불가론'에 힘을 싣고 나서면서 양측 간 신경전이 벌어지는 모양새다.
박 대통령은 지난 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개헌이라는 것은 워낙 큰 이슈이기 때문에 한 번 시작되면 블랙홀같이 모두 거기에 빠져든다"며 "민생을 안정시키고 경제가 궤도에 오르게 해야 할 시점에 나라가 여기 빨려들면 (경기 회복의) 불씨도 꺼지고 살려내기도 힘들다. 올해는 다른 생각 말고 불씨를 살려내 확실히 경제를 회복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친이계 좌장격인 이재오 의원은 8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정부 입장에서 새해 화두는 경제가 맞지만, 당의 입장에서는 정치개혁"이라며 "집권 1년차에 정치 개혁을 해야 하는데 지난 1년간 그러지 못했다. 집권 2년차에 정치 개혁을 하지 않으면 정권 5년 동안 정치개혁은 어렵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또 "정치개혁 중 첫째는 개헌"이라며 "개헌 논의에 대해 대통령이 블랙홀이 될 수 있다고 한 말이 이해는 가지만, 논의 주체들의 제어 능력에 따라 블랙홀이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당은 대다수 국민과 여야 의원 다수가 동의하는 개헌위원회를 만들고 이번 임시국회부터 개헌특위를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강창희 국회의장도 전날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지난 제헌절 개헌 필요성을 밝혔고 지금도 소신에는 변함이 없다"며 "임기 내 헌법개정자문위원회를 구성, 이상적인 안을 하나쯤 만들어 여야 합의 하에 운영될 개헌특위에서 참고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강 의장의 임기는 오는 6월까지로, 다섯 달 가량 남은 기간 동안 자신의 명의로 개헌안을 만들겠다는 강한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강 의장은 박 대통령의 '개헌 블랙홀' 발언에 대해 "그렇게까지 되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그러나 친박계 핵심인 서청원 의원은 "지금 우리는 개헌 문제 보다 국민들 먹고 사는 경제 살리기에 우선 과제를 둬야 한다"고 반박했다.
특히 서 의원은 이 의원을 정면 겨냥, "이명박 정권 때 개헌을 하겠다고 김형오 전 의원 산하에 개헌특위를 만들었고, 모든 언론이 이 의원을 정권의 2인자라고 할 만큼 힘이 있었는데 개헌을 추진하지 못했다"고 정면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이처럼 당내 양대 계파 원로들이 공개 석상에서 충돌하면서 개헌 논란이 당 전반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민주당이 국회 내 개헌특위 구성을 제안한 바 있어 개헌이 또 한 번 정치 쟁점화할 가능성이 엿보인다.
<사진 제공=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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