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숙기자] 6.4 지방선거를 80여일 앞둔 부산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새누리당에서는 권철현 전 주일대사가, 야권에서는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무소속 출마 카드를 만지작거리면서 판세가 요동치고 있는 것이다.
권 전 대사는 지난 1월 출마 선언 이후 줄곧 경선 룰 변경을 요구해 왔으며, 최근에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경선 룰이 변경되지 않으면 무소속 출마도 불사하겠다는 강경 입장을 밝혔다.
현행 당헌·당규에 따르면 광역단체장 후보 경선은 '2:3:3:2(대의원 20%, 일반당원 30%, 국민선거인단 30%, 여론조사 20%) 룰'이 적용된다.
권 전 대사는 이 같은 룰이 현역 국회의원에 유리하다고 지적한다. 통상 대의원이나 당원에 비해 국민선거인단의 투표 참여율이 낮게 나타나기 때문에 당심이 민심보다 크게 반영되는 구조이며, 이 경우 대의원 임명권을 가진 현역 의원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이에 권 전 대사는 국민선거인단 30%를 여론조사로 돌려 '2:3:5(대의원 20%, 일반당원 30%, 여론조사 50%)'로 경선 룰을 변경하자고 요구해 왔으나, 새누리당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권 전 대사는 무소속 출마 여부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새누리당 예비후보로 등록한 상태이지만, 경선 룰이 현행대로 유지되면 경선에 참여하지 않고 무소속 출마를 택할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의 통합 신당 합류와 무소속 출마 여부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던 오 전 장관은 최근 무소속 출마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오 전 장관은 12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새누리당이 부산을 20년 동안 독점적으로 지배해 오면서 침체일로를 겪고 있다. 야당 또한 대안정당으로서 큰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며 "무소속 후보가 잘못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는 길"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오 전 장관은 통합 신당이 부산시장 선거에 무공천하는 방식으로 '통 큰 연대'를 이뤄야 한다는 언급도 했다.
이에 오 전 장관 영입을 위해 공을 들였던 통합 신당 측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오 전 장관을 내세워 새누리당 텃밭인 부산을 공략하려던 계획이 무산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무공천' 요구에 대해서도 당내 반발이 있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권 전 대사는 새누리당에서, 오 전 장관은 야권에서 지지율 1, 2위를 다투고 있어 이들의 행보에 따라 선거 판세가 완전히 뒤집어질 수 있다.
권 전 대사가 무소속으로 출마할 경우 여권 표가 분산되면서 야권이 유리할 수 있다. 반대로 오 전 장관이 무소속으로 출마할 경우 야권 표가 나뉘어 여권에 유리한 환경이 된다.
일각에서는 두 사람 모두 무소속 출마를 선택, 자체 경선을 통해 '무소속 단일화'를 이뤄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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