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증권산업은 현재 최악의 업황을 지나고 있다. 그러나 모든 증권사들이 고전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 증권사들은 어두운 터널 속에서도 탄탄한 성과를 올리고 있어 부러움을 사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이들은 어떤 생존 노하우를 지니고 있는 것일까. 남다른 생존 DNA를 지닌 증권사들이 난세를 헤쳐나가는 방식을 분석해본다.
[이혜경기자] 요즘 최악의 업황을 보내고 있는 증권가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2008년 금융위기를 거쳐 2011년 재정위기를 겪으며 투자 환경이 확 달라졌고, 이 같은 환경 속에서 증권가에 내재됐던 문제들이 이제는 한계에 봉착했다는 파열음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이후 투자자들이 움츠러들면서 시장은 적극적(Active) 투자에서 수동적(passive) 투자로 대세가 바뀌어 가고 있다. ETF(상장지수펀드) 열풍이 대표적이다. 그러다 보니 매매가 전에 비해 둔화됐다. 뜨는 ETF는 기존 액티브 펀드보다 수수료가 적어 증권사 입장에서 수익성이 떨어진다.
대세가 된 온라인 주식거래 활성화도 수수료가 저렴한 건 마찬가지다. 그러니 브로커리지(주식위탁매매) 수수료를 주 수익원으로 삼았던 다수의 증권사들은 갈수록 낮아지는 수익성에 발만 동동 구를 뿐이다.
저금리 시대를 맞아 자본을 굴리기 여의치 않게 된 것도 문제 중 하나다.
전문가들은 증권업종의 구조적 문제로는 이 같은 ▲주식매매 수수료에 의존하는 천수답 수익구조 외에도 ▲60여 곳이 넘는 증권사들간의 첨예한 경쟁 구도 ▲낮은 비용 효율성 ▲후진적인 오너십 구조 등을 꼽고 있다.
게다가 작년에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이 제기되며 금리가 오르고 채권값이 급락하면서 많은 증권사들이 보유중이던 채권 가치 하락으로 내상도 크게 입었다. 여기에다 최악의 거래대금과 WM(자산관리) 시장 정체 등 부진한 업황에, 사회적 문제로 비화된 동양증권 불완전판매 사태와 한맥투자증권 파생상품 주문 실수 등에 따른 대규모 손실까지 겹쳤다. 그야말로 첩첩산중이다.
이에 증권업계는 지난 2013년 회기(2013년 4~12월)에 1천98억원 적자를 내며 11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지점 축소, 임직원 명예퇴직 등 구조조정을 택하는 곳도 적지 않게 나타났다. 신한금융투자 분석에 따르면 2012~2013년 2년간 증권업계 전체적으로 4천여 명의 임직원, 300여 개의 지점이 구조조정 됐다.
이처럼 여러 지표들은 증권산업이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모두가 우울한 건 아니다. 증권업계 위기 와중에도 일부 증권사들은 차별화된 행보로 위기를 극복해 나가고 있어서다.
아이뉴스24에서 증권사들의 지난 2013년 회계연도 잠정 실적을 살펴본 결과, 양호한 실적을 올린 몇몇 증권사들은 확실히 달랐다.
한발 앞서 구조조정이나 개혁, M&A를 통해 체질을 개선했고, 수익모델을 다변화하며 위기의 파고를 넘고 있었다. 일부 대형 증권사가 행한 방식이다.
또 탄탄한 실적을 낸 일부 중소형 증권사는 특색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강점으로 키워내 돋보이는 성과를 내고 있었다. 저비용 온라인증권사로 특화한 키움증권 외에는 '천수답' 브로커리지 의존도를 낮추는 데 성공했다는 것도 특징이었다.
삼성증권의 장효선 애널리스트는 최근 '백척간두에서 답을 얻다-생즉사, 사즉생'이라는 제목의 증권업종 분석보고서에서 증권사 규모에 따른 생존 전략을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대형사는 (매매, 금융상품 판매 관련) 수수료 수익보다는 안정적 Fee(컨설팅 등에 따른 보수) 위주로의 사업모델 변화, 다양한 상품포트폴리오 제공, PI(자기자본투자) 등을 통한 자본활용도 제고, 선택과 집중, PB(프라이빗뱅킹)의 영업 형태 변화 등 혁신을 추구해야 한다. 중소형사는 유연한 조직을 바탕으로 틈새시장을 개척하거나, 개인 대주주의 자산관리를 위한 투자업에 집중하는 것이 유망하다."
교과서 같은 재미 없는 얘기로 들릴지 모른다. 그러나 '필살기'를 지닌 일부 증권사들은 실제로 이런 전략으로 위기의 파고를 멋지게 헤쳐나가고 있다.
아이뉴스24는 이들의 '필살기'가 만들어진 일련의 과정, 그리고 그런 노력들이 어떻게 실적으로 연결됐는지 꼼꼼히 들여다 볼 계획이다.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신한금융투자, 메리츠종금증권, 키움증권, 신영증권 등 6곳의 증권사가 그들이다. 각 증권사별 케이스 스터디를 시리즈로 엮는다.
이혜경기자 vixe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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