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현기자] “9인치 이하 제품에 대해서는 왜 공짜로 뿌리는 걸까?”
마이크로소프트(MS)가 2일(현지 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개발자 회의 '빌드 2014'에서 윈도폰용 음성 비서 ‘코타나’를 선보였다. 일종의 시리 대항마인 셈이다.
하지만 이날 행사에서 눈길을 끈 것은 다른 부분이다. 앞으로 9인치 이하 제품에 대해서는 운영체제(OS) 라이선스를 받지 않겠다는 선언한 것이다. MS는 이날 9인치 이하 크기의 휴대전화 및 태블릿에 대해서는 윈도 OS 라이선스료를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OS 라이선스 매출 비중 높지만…모바일 영향력 너무 작아
MS는 지난 해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단행하면서 기기와 서비스 쪽에 초점을 맞추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여전히 MS는 윈도와 오피스 부문 수입이 절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 해 12월 마감된 2014 회계연도 1분기 MS의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매출은 110억 달러였다. 전체 매출 매출 245억 달러의 40%에 달했다. 특히 같은 기간 윈도 라이선스 매출은 10%나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MS는 왜 모바일 OS를 공짜로 풀기로 한 걸까? 이 부분에서 MS의 ‘고민과 기회’를 동시에 엿볼 수 있다.
일단 매출 구조만 놓고 보면 MS는 여전히 소프트웨어 회사다. 기기와 서비스 쪽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겠다는 야심은 멀어보인다. 따라서 OS를 비롯한 소프트웨어 쪽에서 매출과 수익을 올려야만 한다.
하지만 MS는 모바일 OS시장에선 제대로 벌어들이지 못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해 MS의 모바일 OS인 윈도폰 점유율은 3.2%에 불과했다. 안드로이드(약 79%) 뿐 아니라 iOS(16%)에도 크게 뒤지고 있다. 태블릿 시장에서도 윈도 OS 점유율은 2%대 수준으로 입지가 불안정한 상태다.
그나마 얼마 안 되는 윈도폰은 주로 노키아가 만들고 있다. 그런데 노키아는 이미 MS 품 속에 들어와 버렸다. 더 이상 라이선스 매출이 나올만한 곳이 별로 없다.
결국 MS 입장에서는 ‘9인치 이하’에선 더 이상 잃을 게 없는 상황이다. 일단 공짜로 풀어서 ‘멀찍이 떨어진 넘버 스리’ 상태부터 벗어나야 하는 게 급선무인 셈이다. MS는 그 동안 윈도폰 사업 쪽에서 적자를 면하기 위해선 연간 출하량이 5천만 대를 넘어서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게다가 MS는 안드로이드 진영에서 적잖은 로열티를 벌어들이고 있다. 당분간은 모바일 OS를 공짜로 뿌리더라도 MS가 잃을 것은 별로 없다는 얘기다.
◆공짜로 투자한 뒤 '후일 도모' 전략인 듯
물론 구글도 안드로이드를 공짜로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구글은 무료 제공하는 대신 단말기 업체들에게 몇 가지 요구를 하고 있다. 단말기업체들은 안드로이드를 공짜로 쓰는 대신 구글 독스나 지메일, 검색 같은 자사 서비스를 특별 대우해야만 한다.
MS는 이런 요구를 할 처지도 못 된다. 아직까지는 보급 확대에 주력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IT 전문 매체인 리코드는 MS가 윈도폰을 무료 배포할 뿐 아니라 오피스 같은 자사 소프트웨어도 허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고 전했다. MS는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 행사 때 저가 퀄컴 칩에서 자사 모바일 소프트웨어를 허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결국 소프트웨어 회사인 MS는 적어도 모바일 분야에서는 아직도 ‘투자’를 계속하고 있는 중인 셈이다.
과연 이런 전략이 시장에서 결실을 맺을 수 있을까? 시장은 MS 계획대로 움직일까? 안드로이드와 iOS 양강 구도가 굳어져가는 스마트폰, 태블릿 시장을 바라보는 또 다른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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