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수기자] 국토교통부가 현대자동차 '싼타페'와 쌍용자동차 '코란도스포츠'의 연비를 재조사한 결과 이들 차량의 표시연비가 과장됐다며 부적합 판정을 내리고 제작사에 과징금을 부과키로 했다.
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는 별도 조사를 토대로 이들 차종에 대해 적합 판정을 내려 업체 반발과 소비자 혼란 등 후폭풍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26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기획재정부, 산업부, 국토부 등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국토부는 재조사 결과 싼타페(2.0 2WD)와 코란도스포츠(2.0 4WD)의 연비가 신고연비보다 각각 8.3%, 10.7% 낮아 부적합 판정을 내렸다. 실제 연비가 표시 연비보다 허용 오차범위 5%를 벗어났다.
도심연비와 고속연비로 나눠보면 싼타페의 경우 신고 수치에 비해 각각 8.5%, 7.2%로 적게 나왔다. 코란도스포츠는 각각 10.7%, 8.8% 낮았다.
조사 대상인 싼타페의 제작일은 2012년 5월 16일부터이며 코란도스포츠는 2012년 1월 12일~2013년 12월 31일이다.
반면 산업부는 두 차량의 신고연비가 오차범위 5%를 벗어나지 않았다며 적합 판정을 내렸다.
양 부처가 이날 발표한 연비는 지난해 재조사 결과다. 양 부처는 검증 결과 차이에 따라 올해 실시한 재검증 결과가 지난해 조사결과를 대체할 수 있는 근거로 충분치 않다고 판단, 각각 지난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국토부는 "2012년 미국에서 현대·기아차의 연비 관련 대규모 리콜로 인해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졌다"면서 "연비 불만신고에 따라 지난해 연비검증을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이번 연비조사결과에 따라 자동차관리법에서 정한 과징금을 부과할 계획이다. 관련 법에는 연비를 부풀린 제작사에 최대 10억원(매출의 1천분의 1)의 과징금을 매기도록 돼 있다. 이에 따라 정확한 액수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현대차와 쌍용차는 각각 10억원과 2억여원의 과징금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부는 이날 아우디 A4 2.0 TDI, 폭스바겐 티구안 2.0 TDI, 크라이슬러 짚 그랜드체로키, BMW 미니 쿠퍼 컨트리맨 등 수입차 4개 차종의 연비가 부적합이라고 발표했다. 또 이들 차종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산업부 조사 결과에서는 현대차 싼타페, 쌍용차의 코란도스포츠는 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부는 각 모델당 3개 차량 시험 평균값이 신고연비 대비 도심연비와 고속도로연비 중 1개라도 허용오차 범위인 5%를 초과한 모델에 대해서 2차 시험을 실시, 최종 부적합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신고 연비 대비 오차 범위 3%를 초과한 11개 모델에 대해서는 해당 7개 업체에 주의 요청 공문을 발송할 계획이다.
한편 연비 부적합 판정을 받은 차량을 보유한 현대차와 쌍용차를 비롯해 수입차업체들은 정부 부처의 상이한 조사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이의 제기에 나설 방침이다.
현대차는 이날 정부 조사결과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고 "이번 정부부처의 상이한 결론 발표에 대해 매우 혼란스럽고 유감스럽다"며 "앞으로 입장을 충분히 소명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특히 "행정의 대상이자 객체인 기업은 어느 결론을 따라야 하는 지 혼란스럽다"며 "이는 해외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경우"라고 지적했다.
부처간 엇박자로 인한 이번 연비 과장 발표를 놓고 정부 내부와 업계에서도 과징금을 부과할 법적 근거가 미비하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어 논란이 불거질 전망이다.
동일 차량을 놓고 국토부는 부적합 판정을 내린 반면 산업부는 적합 판정을 내려 명확한 관련법상 과징금을 물릴 판단 기준이 없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적합 판정을 내린 사안에 대해 스스로 과징금을 부과하는 전례 없는 상황이 발생한 셈이다.
무엇보다 부처간 혼선으로 현대차, 쌍용차 등이 입게 될 기업 이미지 손상은 치명적이다.
A 완성차업체 관계자는 "부처간 주도권 다툼으로 인해 이제까지 적합한 절차에 따라 연비 인증을 받아왔던 자동차업체는 '뻥연비' 기업으로 내몰리는 것"이라며 "해당 업체들의 이미지 타격은 물론 상반된 정부 발표로 인해 소비자의 제품 선택에도 혼란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번 연비 검증 논란은 지난해 국토부가 승용차 연비까지 검증하고 나서며 불거졌다.지금까지 연비검증 업무는 승용차의 경우 산업부가, 화물차는 국토부가 맡아 처리해왔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산업부와 국토부 간 자동차 산업정책 기득권을 확보하기 위한 밥그릇 다툼에서 비롯됐다"며 "연비 측정 권한의 소유 여부가 자동차 산업정책 주도권을 쥘 수 있어 두 부처 모두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이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과징금 결정으로 인해 상당수의 소비자들이 집단 소송에 나설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현대차 싼타페 소유자 3명이 현대차를 상대로 지난 24일 집단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져 법정 다툼이 현실화하고 있다. 이들은 1인당 60만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정부는 이날 국토부와 산업부의 연비 기준을 단일화해 도심연비와 고속도로연비 모두 허용오차범위(5%)를 넘지 않도록 검증을 강화하기로 한 공동고시안도 내놨다.
국토부와 산업부의 중복 연비규제를 없애달라는 자동차 업계 요구로 연비 사후관리는 국토부로 일원화된다.
정기수기자 guyer73@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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