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현기자] 비즈니스 세계에 영원한 적은 없다. PC 시장 초기 숙명의 라이벌이었던 애플과 IBM이 전격적으로 손을 맞잡았다.
애플과 IBM이 양사 기업용 애플리케이션 개발 및 판매를 위한 제휴협약을 체결했다고 더버지를 비롯한 주요 외신들이 15일(현지 시간) 일제히 보도했다.
이번 제휴는 IBM의 빅데이터 및 분석 기술과 애플의 정교한 이용자 경험 강점을 결합하기 위한 것이라고 두 회사가 밝혔다. 특히 그 동안 개인용 시장에 주력해 왔던 애플은 IBM과의 이번 제휴로 기업 시장 공략에도 본격적으로 나설 수 있게 됐다.
◆"iOS 기기 기업용으로 최적화한 뒤 판매"
이번 제휴로 IBM은 애플 iOS기기를 기업 고객들에게 판매하게 된다. 기업용 기기에는 애플과 공동 작업을 통해 기업용 소프트웨어를 사전 탑재할 예정이다.
두 회사는 또 이번 제휴를 계기로 특정 분야에 최적화된 모바일 앱도 내놓겠다고 약속했다. 이를테면 ▲소매 ▲헬스케어 ▲은행 ▲여행 같은 산업 분야에 최적화된 앱을 속속 개발한다는 얘기다.
산업 특성에 맞춘 앱들은 아이클라우드 같은 애플 서비스를 이용하면서도 IBM 클라우드 인프라스트럭처를 적극 활용하게 된다. 이와 함께 애플은 기업 IT 부서와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기업용 애플케이서’ 서비스도 추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리코드와 인터뷰에서 “애플은 모든 기업고객들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쪽으로 시선을 넓힐 필요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런 부분에선 자신들보다는 IBM 쪽이 훨씬 더 강점을 갖고 있다고 판단했다는 얘기다.
기업용 시장에 초점을 맞춰 왔던 IBM 입장에서도 애플과의 제휴는 약한 고리를 메우는 데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버지니아 로메티 IBM CEO 역시 “혁신을 통해 우리 삶을 바꾼 애플과 제휴를 맺게 된 점을 기쁘게 생각한다”면서 “이번 제휴로 사람들이 일하는 방식과 산업 운영 방식 등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30년 앙숙 관계 털어내고 새 출발
두 회사는 제휴는 비즈니스 세계엔 영원한 적이 없다는 걸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PC 시절 내내 IBM과 애플은 대표적인 앙숙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애플은 1984년 매킨토시를 선보이면서 IBM을 ‘빅브라더’에 비유했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빗댄 애플 광고는 IBM을 연상케하는 빅브라더를 박살내는 충격적인 영상을 선보여 큰 관심을 끌었다.
애플과 IBM이 전격 제휴를 맺게 된 것은 역설적으로 ‘PC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볼 수도 있다. 사업 중심이 PC에서 모바일 쪽으로 넘어가면서 더 이상 피 튀기는 경쟁을 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두 회사 CEO들도 이런 점을 인정했다. 팀 쿡 애플 CEO는 "1984년에 우린 경쟁 관계였지만 이젠 상호보완적 관계가 됐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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