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숙기자] 7.30 재보궐 선거를 앞둔 정치권이 경기 수원병(팔달)을 주목하고 있다. 이 지역이 재보선 승패를 가를 '수원벨트' 가운데서도 핵심으로 꼽히면서 여야 간 물러설 수 없는 한 판 승부가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검사 출신 정치신인 새누리당 김용남 후보와 야당 대표, 경기지사를 지낸 잠룡 새정치민주연합 손학규 후보의 양강구도가 관심사다. 통합진보당 임미숙 후보, 정의당 이정미 후보, 무소속 강방원·이계종 후보도 뛰고 있지만 인지도 면에서 열세다.
정치적 체급으로 비교하면 김용남 후보와 손학규 후보의 대결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과 같다는 게 대체적 시각이었다. 그러나 최근 판세는 예측불허다. '다윗'으로 평가되던 김 후보가 '골리앗' 손 후보와 박빙의 승부를, 나아가 손 후보를 근소하게 앞선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金 "수원사람 김용남" vs 孫 "정치인생 마지막"
김 후보가 이처럼 선전하고 있는 배경에는 탄탄한 지역기반이 한 몫 하고 있다. 팔달구는 남경필 경기지사의 선친인 고(故) 남평우 전 의원이 1992년 14대 총선에서 당선된 이래 22년 간 새누리당이 사수한 여권 텃밭인데다 김 후보도 이 지역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다.
못골사거리 유세 도중 기자와 만난 김 후보는 "유세를 다녀보면 분위기가 좋다. 유권자들이 '수원 사람'에 대한 믿음이 있다"며 '수원 토박이'라는 자신의 강점을 적극 어필했다.
김 후보 측 관계자도 "유권자들은 (손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2년 뒷면 대선 경선에 뛰어들 것이라는 걸 다 안다. 손 후보는 수원에 남을 사람이 아니다"라며 "수원에 남아 수원을 지킬 사람은 김 후보"라고 강조했다.
이에 맞서는 손 후보는 인지도 면에서 압도적이다. 거리에 나서면 악수, 사진 촬영 요청이 쇄도할 정도다. 토박이는 아니지만 경기지사를 지낸 터라 '외지인' 이미지가 강하지 않고, 지난 2011년 4.27 재보선 당시 여당 텃밭(성남 분당을)에서 한 차례 승리를 거둔 경험도 있다.
당 지도부의 지원도 거절한 채 '낮은 자세'를 강조하며 수행원 몇 명과 함께 인계동을 찾은 손 후보는 "팔달은 정치인생의 마지막 지역구"라며 "경제를 살리겠다는 진정성이 읽혀진다면 지역민들의 마음이 열릴 것"이라고 확신했다.
손 후보는 일각의 '철새' 비판에 대해서는 오히려 "시민들도 국회의원 한 번 더 하려고 나온 것 아니라는 걸 알고 응원해 준다"고 했다. 남 지사의 '네거티브에는 미래가 없다'는 발언을 인용하며 "상대방에 맞서 네거티브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여긴 새누리당이야"…"인물은 손학규지"
정치권에서는 이 지역 선거 결과를 쉽게 예측할 수 없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재보선을 일주일 앞둔 23일, 팔달구에서 느낀 민심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동에 거주하는 50대 여성 이모씨는 자신을 '손학규 팬'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김용남이가 수원사람 아닌가. 손학규씨 팬이긴 하지만 지역에 오래 남아 지역을 좀 발전시킬 사람을 뽑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이씨와 대화를 나누던 50대 남성 박모씨는 "여기는 다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이다. 1번 찍어야지 1번"이라며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였다. 인계동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40대 여성 김모씨 역시 "손학규씨가 유명하긴 하지만 새누리당 지지가 워낙 세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60대 남성 김모씨는 "손학규씨를 지지한다. 투표도 손학규씨에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큰 인물이 와야 지역이 발전하지 않겠나. 큰 일을 하실 분이 지역에 내려와 고생하는 게 안타깝기는 하다"고 덧붙였다.
우만동에 거주하는 40대 남성 양모씨는 손 후보에 투표하겠다고 밝혔다. 이유는 현 정부에 대한 불신이었다. 그는 "박근혜정부가 제대로 하는 게 없는 것 같다. 세월호 참사도 그렇고 유병언 변사체가 발견된 것도 의심스럽다"고 했다.
수원역 인근에서 기자를 태운 50대 택시기사 정모씨는 "맨 여당 뽑아놔 봐야 소용이 없다. 지역이 발전하기는커녕 먹고 살기만 더 어려워졌다"며 "이번에는 2번 찍겠다는 사람도 꽤 있는 것 같다"고 주변 분위기를 전했다.
◆변수는 역시 투표율…야권 단일화 여부도 주목
초박빙 판세에서 막판 변수로 작용하는 것은 투표율이다. 김 후보 측과 손 후보 측 모두 2~3% 포인트 차로 승패가 갈릴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재보선 특성상 투표율이 낮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는 데도 공감대를 형성했다.
서울 동작을에서 신호탄을 쏜 야권 후보 단일화가 이 지역에서도 이뤄질 경우 승패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 후보는 "누가 이기든 3% 이내에서 승부가 갈릴테고 여론조사에서 이정미 후보가 2% 안팎을 기록하고 있으니 야권 단일화가 승패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맞다"고 했다.
손 후보는 "이념과 정책을 공유하며 더 큰 목소리를 내기 위한 연대는 언제든 가능하지만, 원칙이 있어야 하고 국민적 공감대가 바탕이 돼야 한다. 눈 앞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정치공학적 연대는 국민이 거부할 것"이라고 조심스런 입장을 밝혔다.
<사진제공=각 후보 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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