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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 주파수 용도, 모두 만족시킬 수 없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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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어지는 주파수 갈등 해법은?](하)

방송과 통신진영이 700㎒ 주파수 활용방안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통신용으로도 쓰기 부족하다는 통신진영의 주장과 초고화질(UHD) 서비스를 하려면 반드시 해당 대역이 필요하다는 방송진영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마치 두 아이의 배를 갈라야 하는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인 셈이다. 아이뉴스24는 700㎒를 둘러싼 양 진영의 갈등의 현주소와 합리적인 이용방안을 독자여러분과 함께 고민해본다.[편집자 주]

[허준기자] 700㎒ 대역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를 두고 정부는 1년이 넘도록 정책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8월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700㎒ 대역 활용방안 연구반'을 구성해 이 대역을 방송용으로 쓸지, 통신용으로 쓸지를 결정하기로 했지만 지금까지도 눈치만 살핀 채 주파수의 주인을 명확히 결정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세월호 참사 이후 700㎒ 대역 20㎒ 폭을 재난망으로 사용하도록 결정함으로써 오히려 남은 대역에 대한 갈등만 커지고 있는 셈이다.

미래부와 방통위는 연구반을 가동한데 이어 윤종록 2차관, 이기주 상임위원 등 차관급이 참여하는 정책 협의회를 구성해 이 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 이번에는 주파수 용도 결정을 최종 결정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지만, 그 결과는 여전히 안갯속에 감춰져 있다.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주파수 용도는 국민들에게 최대 효용성을 주는 것을 최우선으로 결정해야 한다"며 "양 부처 차관급이 배석하는 정책협의회를 통해 국민들이 만족할만한 결과를 도출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방송 vs 통신, 양측 입장 장단점 존재… 해외는?

앞서 샆펴보았듯 방송업계와 통신업계의 주장은 모두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통신용 주파수의 부족 현상은 갈수록 심화할 것이고, UHD 방송 활성화를 위해서는 지상파 역시 양질의 주파수대역을 확보해야 한다.

그럼에도 700㎒ 대역이 한정적인 자산이라면 양 측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차선책을 검토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방통위 한 상임위원은 "UHD 방송 활성화가 중요하며, 그러기 위해 지상파가 주파수를 확보해야 한다는 필요성에 이견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통신용 주파수도 부족하는 주장을 꼼꼼히 따져봐야 하겠지만 방송에도 꼭 700㎒ 대역이 필요한가, 통신용 주파수로 결정된 것을 뒤집을만한 근거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워낙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다 보니 해외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글로벌 협력과 시장단일화 경향에 따라 해외에서 700㎒ 주파수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가 하는 문제는 우리 정책 결정에도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이 대역은 통신용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 보고서에 따르면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디지털TV 전환 유휴대역을 통신용으로 할당하는 것이 사회, 경제적 파급효과가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해외 국가들은 이 대역을 통신용으로 결정하고 있다.

미국도 700㎒ 108㎒ 폭 가운데 24㎒ 폭을 공공안전용으로 분배한 뒤 이후 AT&T, 버라이즌 등 이통사에 경매를 통해 주파수를 할당했다. 일본 역시 디지털TV 전환 대역을 이동통신사에게 할당했다.

유럽도 마찬가지다. 디지털TV 전환 대역의 대부분을 통신용으로 할당했다.

세계통신사업자협회(GSMA) 앤 부베로 사무총장은 "700㎒ 대역은 전세계적으로 통신에 사용하는 것이 경제적인 효과가 크고 적합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한국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오길 기대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지상파UHD 활성화의 대안을 찾아라

미래부와 방통위의 차관급 정책협의회는 700㎒ 대역 해법의 방향을 잡아가고 있다. 특히 지상파 방송사의 UHD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방안을 집중적인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지난달 19일 열린 한국 IT리더스포럼 강연에서 "새로운 주파수를 이용하지 않고 이미 지상파 방송사가 보유한 기존 주차수를 효율화해 UHD 방송을 하는 방법도 있다"며 "기술 발전에 따라 주파수를 많이 사용하지 않고도 방송이 가능해지고 있다"고 언급해 눈길을 끌고 있다.

또다른 방통위 상임위원도 "다른 주파수를 활용할 수 있는지 검증이 필요하다. 현재까지는 정부가 제대로 검증을 하지 않았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히면서도 "다른 주파수로도 UHD 방송을 할 수 있다면 700㎒ 대역 용도를 결정하는데 참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상파 방송업계에서는 이같은 움직임에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업계는 이 방식에 주목하고 있다. 정부가 지상파 방송사에 700㎒가 아닌 다른 주파수 대역을 활용하더라도 UHD 활성화를 담보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다면 논란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

전문가들은 이미 정부가 700㎒ 대역 40㎒ 폭을 통신용으로 결정했는데 이 결정을 뒤집는 경우 정책의 예측가능성, 일관성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한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정책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이미 결정된 주파수 용도를 변경하는 것은 위험하다"면서도 "정부가 지상파 UHD 방송이 가능한 대안을 제시해 갈등을 잘 봉합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준기자 jjoony@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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