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숙기자] 새누리당은 26일 단독으로 본회의를 열고 법안 처리를 강행하려 했으나 정의화 국회의장의 제동으로 실패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정 의장은 이날 오후 3시께 새누리당 의원들만 참석한 가운데 본회의 개의를 선언했다. 그러나 오는 30일 본회의 재소집 방침을 밝히며 여야 합의를 거듭 촉구한 뒤 산회를 전격 선언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새누리당 의원들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김무성 대표, 이완구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는 굳은 표정으로 한 자리에 모여 잠시 대책을 논의한 뒤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했다.
의원총회에서는 10여명의 의원들이 발언을 신청, 정 의장에 대한 비난을 쏟아냈다. 정 의장이 새누리당 소속으로 국회의장에 선출된 점을 겨냥한 듯 "우리 다 손가락 잘라야 한다"는 강경 발언도 나왔다.
김희국 의원은 "양심이 있으면 최소한 원내지도부에 말은 해줬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고, 강석호 의원은 "국회의장 시켜달라고 애원할 때의 모습과 지금의 모습이 180도 다르다"고 비난했다.
이장우 의원은 소속 의원 전원 명의로 정 의장의 국회의장직 사퇴 촉구 결의안을 제출할 것을 공식 제안했고, 함진규 의원은 결의안을 제출하기 전에 정 의장이 의원총회에 참석해 공식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 지도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하태경 의원은 "양쪽 상황에 다 대비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본회의가 안 됐을 경우 어떻게 하자는 준비나 결의 없이 안이하게 대응한 것"이라고 말했고, 이노근 의원은 "정 의장이 무소속 신분이지만 교감이 있어야 하는데 당 지도부가 신뢰를 잃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의원들의 성토가 이어지자 이 원내대표는 "정 의장과 수없이 교감을 나누면서 당의 원칙적인 입장과 함께 의원들의 총의를 정확하게 전달했지만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원내대표로서 최선을 다했지만 이런 사태가 벌어진 데 대해 책임을 지고 원내대표직을 물러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곧바로 마이크를 잡은 김 대표가 "오늘 일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사퇴하고 싶은 심정은 이해하나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의원 여러분들의 결의로 반려하자"고 말했고, 소속 의원들은 만장일치 박수로 이 원내대표의 사의를 반려했다.
의원총회를 전후해 일부 의원들은 텅 빈 본회의장에서, 또 다른 의원들은 의장실을 찾아 정 의장에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으나 정 의장이 본회의 산회 직후 퇴청해 만남이 이뤄지지는 못했다.
새누리당은 일단 정 의장의 결단대로 30일 본회의에서 법안 처리를 다시 시도키로 하고 대책 논의에 착수한 상태다. 김 대표는 "어쩔 수 없이 30일까지 기다리면서 최선의 노력을 다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윤미숙기자 come2ms@inews24.com 사진 조성우 기자 xconfin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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