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배기자] 국내 소프트웨어(SW) 업계의 고질적 병폐들을 타개하기 위한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으나 SW 업계에는 기대와 냉소가 교차하고 있다.
SW 분리발주를 확대 적용하고 갑을병정(甲乙丙丁)의 먹이사슬로 이뤄진 중층적 하도급 구조의 SW 산업 생태계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지만 'SW 제값받기'를 실현하는 기반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SW 분리발주 '하한선' 무너뜨리고 '하도급 개선' 시도
SW 산업의 오래된 폐단을 바로잡기 위한 시도로는 5천만 원 이하의 상용 SW를 분리발주 대상에 포함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 24일 분리발주 대상 SW를 확대하고 공공발주기관이 분리발주 제외 시 조달청 사전 검토 절차를 명문화한 '분리발주대상 SW'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 했다.
조달청 종합쇼핑몰에 등록된 상용 SW는 가격에 관계없이 분리발주를 의무화하는 것이 이번 개정안의 골자다. 현재는 SW 가격이 5천만 원이 넘는 경우에 한해 분리발주하도록 하고 있다. 조달청은 내년까지 종합 쇼핑몰 등록 SW를 300개로 확대할 계획이라 분리발주 제도를 적용받는 사업은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조달청 종합쇼핑몰에 등록된 상용 SW 제품 198개 중 5천만 원 미만 제품은 186개에 이른다.
'대등하지 않은 하도급' 구조도 문제적 사안이다. 이미 국회에는 다단계 하도급 구조 개선을 위한 'SW 산업진흥법' 개정안이 지난 4월30일 새누리당 강은희 의원 등 11인의 제안으로 발의돼 있다.
미국 같은 선진국에도 큰 기업이 사업을 총괄 수주하고 전문업체에게 나눠주는 하도급 관행은 있지만 이들의 관계가 대응한 것과 달리 국내의 경우 수직적인 구조가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개정안은 공공부문 SW 사업 추진 시 원사업자가 사업의 전부를 하도급할 수 있었던 규정을 폐지하고, 원사업자의 사업금액의 100분의 50을 초과해 하도급할 수 없도록 제한했다.
특히 하도급자가 다시 재하도급을 줄 수 없도록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또 하도급비중이 일정 비율을 초과하면 하도급자를 공동수급자로 참여시켜 수직적 거래관계를 수평적인 관계로 전환하고자 했다.
◆SW업계 환영하나 실효성은 걱정
이런 조치를 두고 SW 업계는 일단 환영의 뜻을 표시하고 있다. 다만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한 추가적인 조건들도 요구했다.
분리발주만 하더라도 확대의 취지와 방향에는 공감하나 활성화가 관건이라는 평가다.
SW 글로벌 진출협의체인 KGIT의 김규동 회장은 "분리발주의 하한선이 무너진 것으로 확대 적용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며 "시스템통합(SI) 기업을 거치지 않고 직계약을 할 수 있는 여지가 더 커진 셈"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다만 "지금까지 5천만 원 이상에서의 분리발주 역시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발주 실무자들에게 통합 발주가 아닌 분리발주는 귀찮은 업무이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철저한 모니터링에 대한 요구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SW 업계 한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철저한 모니터링이 뒷받침돼야 하고 근본적으로 이같은 행태를 근절하기 위해선 장기적으론 발주기관이 SW에 대한 이해와 전문성을 갖추는 게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업계는 국회에 계류 중인 SW 산업진흥법은 올 하반기 처리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장하나 의원 역시 지난해 10월 하도급 개선을 위한 법안을 발의한 바 있어 유사법안에 대한 통합·조정을 거치는 병합심의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김국배기자 vermeer@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