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다운기자] "정부가 다양한 핀테크 기술을 검토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지만, 정작 금융계에서는 관행적인 기존 솔루션 도입만 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규제를 풀고 혁신적 기술이 나오더라도 은행들이 이를 수용하지 않는다면 활성화가 어렵습니다."
"은행에서 신기술을 채택하기 위해서는 검증하는 시간이 많이 필요하고, 잠재적인 리스크도 안고 가야 합니다. 수많은 고객들의 데이터를 갖고 있는 은행 차원에서는 신중하게 고려할 수밖에 없는 사안입니다."
10일 금융위원회는 신제윤 금융위원장을 비롯해 은행, 핀테크 업체, 벤처캐피탈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핀테크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현장간담회를 개최했다.
다양한 업권의 관계자들이 핀테크 시장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는 이번 간담회에서 특히 열띤 토론이 벌어진 주제는 ▲신기술 도입과 ▲보안 안전성 문제였다.
금융당국은 최근 핀테크 산업 활성화를 위해 'IT·금융 융합 지원방안'을 내놨다. 이에 따르면 규제의 패러다임이 사전규제에서 사후규제로 전환됨에 따라 은행들의 보안에 대한 입증책임이 커졌다.
보안업체 등 IT 업계 관계자들은 공인인증서 등 특정 기술의 사용을 강제하는 규제를 폐지하는 등 정부는 보안시장에 대한 문을 넓혀놨으나, 금융회사들은 아직까지 새로운 보안 시스템 도입이 보수적이라고 토로했다.
김근묵 인터페이 대표는 "예전의 규제금융 관행으로는 신기술을 도입할 수 있는 생태계 형성이 어렵다"며 "'토끼 같은 신기술을 개발했는데 사자 같은 규제를 피했더니 호랑이 같은 업계 관행이 남아 있더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하지만 은행권의 경우 정보유출 등 보안사고의 책임을 금융회사들이 모두 지게 돼 있는 만큼, 쉽게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기는 힘들다는 입장이다.
조재현 우리은행 상무는 "핀테크 기술은 고객의 불편함은 해소하고 은행 경쟁력은 높일 수 있지만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으면 은행 신뢰가 추락할 것은 불보듯 뻔하다"며 "보안 사고 방지를 위해 은행이 엄격하게 관련 기술을 분석해야 하는 것이 극복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카드사 고객정보 유출 등의 금융사고로 인해 강화된 개인정보 보호법도 핀테크에 핵심적인 '빅데이터' 활용에는 걸림돌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유시완 하나은행 전무는 "한 개인에 대한 취향과 소비성향 등을 빅데이터 분석에 활용할 필요성은 크지만, 개인정보 보호법에 따라 주요 정보에 포함돼 있다보니 취급하지 못하는 정보가 많다"며 "빅데이터 활성에 취약한 부분에 대한 개선안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강대명 국민은행 본부장 역시 "은행, 카드사를 포함한 금융사들은 오래 전부터 빅데이터를 확보하고 있지만 작년 고객정보 유출 사태 이후 계열사간 정보 공유가 금지되면서 데이터 분석에 대한 제약사항이 굉장히 많아졌다"고 발언했다.
그는 "사전규제는 완화하고 사후 책임을 강화한다는 차원에서 보안이 담보가 된다면 고객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금융회사가 보유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윘는 고객 거래정보 금융규제를 완화해줬으면 좋겠다"고 희망사항을 전했다.
이 밖에 핀테크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금융회사들과 스타트업, 보안 등 IT업체, 정부당국이 논의하는 자리가 필요할 것으로 분석됐다.
이지은 액센츄어코리아 디지털그룹 대표는 "런던의 경우 13개 주요 금융기관을 비롯해 스타트업 업체, 벤처캐피털, 시 공무원 등이 핀테크 논의하는 이노베이션 랩에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며 "스타트업 기업들이 금융기관에 찾아가기 힘들기 때문에 서로 모이는 자리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금융당국은 이번 간담회에서 다뤄진 의견들을 규제완화와 핀테크 산업 활성화 방안에 참고하겠다는 방침이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서비스국장은 "새로운 보안 기술을 검증하는 리스크에 대해서는 금융보안원이 출범하면 외부 검증기능에 대한 부분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신용정보 유출 사태 이후 개인정보를 빅데이터로 활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고, 추후 이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서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핀테크 산업이야말로 우리가 다른 나라에 비해 뒤떨어졌다고 평가받는 금융위 경쟁을 높일 수 있는 기회라고 확신한다"며 "금융의 희망을 새로 쓸 수 있는 기회라고 보고 핀테크의 지원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다운기자 kdw@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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