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은기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23일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안)'에 대한 공청회를 열고, 사립학교 교직원 및 언론인 등의 김영란법 적용범위 문제를 두고 갑론을박을 벌였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6명의 진술인들은 공직사회의 부정부패 방지라는 김영란법의 취지에 대해서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다만 김영란법의 정무위 원안 통과 여부에 대해서는 법 적용 대상 수정 필요성 주장이 다수를 차지했다.
◆김영란법에 언론인 포함? 수정 필요성 다수
노영희 법무법인 천일 변호사는 적용범위 논란과 관련 "공직자윤리법에서 정한 재산등록 의무자인 4급 이상 공무원을 수범대상으로 삼는 것이 필요하다"며 "공직자가 아닌 사립학교 교사나 언론인을 포함하면 법 제정 취지가 몰각되는 부분이 있어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김주영 명지대 법대 교수는 "비(非)공무원 중 적용 대상에 포함된 사립학교 교직원과 언론인 못지않게 공공성이 인정되는 민간 의료계·금융계, 대기업과 하청기업간 부정청탁은 대상으로 삼지 않는데 대한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송기춘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언론인을 적용대상으로 하는 문제에 대해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여지가 많다는 점에서 법 도입에 매우 신중해야 할 것"이라면서 "언론기관 종사자가 업무와 관련해 법령·기준을 위반한 부정행위를 판단하기는 매우 어렵고, 나중에 무혐의 처분을 받더라도 이 과정에서 입븝 언론기관의 피해는 막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오경식 강릉원주대 법학교 교수는 "김영란법은 정치권력이 언론과 정적 제거용 수단 등 제도적 악용방지 장치가 마련되지 않으면 통과돼선 안된다"며 "법안을 수정·보완하지 않고 이 법이 통과될 경우 우리 사회는 심각한 혼란과 어마어마한 법률 비용을 부담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박종률 한국기자협회 회장은 "중요한 김영란법을 논의하는데 있어서 언론인의 적용대상 포함 여부가 마치 법 통과를 발목잡는 듯한 인상을 풍기고 있다"라고 꼬집으며, "정무위안이 적용대상을 언론인 등으로 확대시키면서 엉뚱하게 본질이 왜곡된 논란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회장은 "언론은 철저히 민간영역이고, 국민의 기본권인 자유의 차원에서 규정돼야 한다"며 "언론은 규제와 제한의 대상이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완기 민주언론시민연합 상임대표는 "언론은 공적 역할을 책무로 부여받은 실질적 권력기구이고, 권력적 측면에서는 입법·사법·행정 기관보다 더 큰 힘을 가질수도 있다"면서 "김영란법 적용대상에 언론인을 포함시키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럽다"고 반대 입장을 피력했다.
이 대표는 "국회 정무위에서 언론과 사립학교 교원을 포함시킨 것은 우리 언론의 부패 정도가 극심해 일정한 강제성 없이는 치유하기 어렵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본다"면서 "김영란법의 적용범위와 관련한 논란은 무의미하고, 입법 취지와도 크게 관련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부정청탁 행위 적시 및 직무관련성 여부도 논란
이날 공청회에서는 김영란법 상 부정청탁 유형을 15개로 열거한 규정이나 직무관련성 여부와 관련된 문제도 논쟁의 도마에 올랐다.
노영희 변호사는 "정당한 청탁과 부정청탁의 개념이 모호하다는 이유로 15가지 유형을 규정한 것으로 보이는데, 지나치게 부정한 청탁의 유형을 법 내부에서 세분화시키고,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 행위를 나누는 것은 너무 인위적"이라고 비판했다.
송기춘 교수 역시 "적용 제외사유가 매우 포괄적으로 열거돼 명확성 원칙을 충실하게 하려는 의도와 상반될 수 있다"면서 "행위 유형을 열거하기 보다는 정부안처럼 개념을 정의하는 방식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또한 송 교수는 단지 공직자라는 이유로 금품 수수를 직무관련성에 상관없이 금지하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하며, 공직자의 일상생활을 제약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오경식 교수도 "현 김영란법 규정은 모든 국민들이 상대방과 상대방의 친족이 공직자인지를 사전에 인식하고 있을 것을 전제로 하지만, 이를 입증하기 어렵다"면서 "탁상 입법안이라고 할 수 있다. 김영란법이 추구하는 깨긋한 공직사회와 국가청렴도를 높이기 위해 얼마나 더 많은 사회비용을 부담할지 알 수 없다"고 우려했다.
이영은기자 eun0614@inews24.com 조성우기자 xconfin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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