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송무기자]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가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는 가운데, 검찰 수사가 직접 지목된 여권 실세들 외에 정치권 전반으로 확대될 지 주목되고 있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 직전 언론 인터뷰와 메모를 통해 제기한 인사들은 모두 여권 핵심부들이다.
초대 대통령 비서실장인 허태열 전 의원과 2대였던 김기춘 비서실장, 현직인 이병기 비서실장이 들어있고,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캠프의 핵심 인사들인 유정복 인천시장,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 서병수 시장으로 예측되는 '부산시장'이 포함됐다. 이완구 국무총리와 홍준표 경남지사도 거론됐다.
그야말로 박근혜 대통령을 제외한 여권 실세 거의 전부라고 봐도 무방하다. 관련자들은 모두 의혹에 대해 강하게 부인하고 있지만, 검찰이 지난 2011년 한나라당 대표 선거 당시 성 전 회장의 돈 1억원이 홍준표 캠프의 특보였던 윤모 씨에게 전달된 사실을 계좌 추적과 관련자 진술을 통해 확인한 것으로 알려져 성 전 회장 진술에 대한 신빙성이 적지 않은 상태다.
검찰 수사는 여권에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경남기업 관련 의혹 특별수사팀 팀장인 문무일 대전지검장이 전날 기자들에게 "누구를 먼저 수사할지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수사 대상은 (성 전 회장 메모에 적시된 인사로) 한정짓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성완종 전 회장은 '마당발'로 알려질 정도로 정·재계 관련 인사들과 폭넓게 교류한 것으로 알려져 '성완종 리스트'가 정치권 전체에 핵 폭탄급 타격을 줄 수도 있다.
여권인 새누리당도 '성완종 리스트' 수사로 불거진 2012년 대선 자금 의혹과 관련해 "야당도 대선자금 수사를 같이 받아야 한다"고 물타기에 나섰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기자들에게 "대선 자금은 여야가 없다. 야당도 같이 조사를 받아야 한다"면서 "지난 대선은 내가 책임을 지고 치른 선거로 대선자금을 조사하려면 얼마든지 하라"고 말했다.
전날 정치 분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도 새누리당 의원들이 성 전 회장이 참여정부에서 두 차례 사면을 받은 점을 특혜로 거론하며 야당 책임론을 제기했다.
반면 야권은 새누리당의 이같은 입장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부터 기자들에게 "나도 성완종 리스트에 오른 것인가. 엉뚱한 소리"라고 분노를 표했다.
우윤근 원내대표도 14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새누리당은 자신의 잘못에 대한 반성은커녕 전혀 관련없는 남을 끌어들이고 있다"며 "구체적 근거와 혐의도 없는 상황에서 본질을 흐리는 근거 없는 물타기 공세를 중단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성완종 리스트'에 드러나듯 성 전 회장의 폭로의 중심이 여권 실세에 있다는 점에서 타격은 여권이 더 받을 가능성이 크다. 벌써부터 15일 앞으로 다가온 4.29 재보선이 여권에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성완종 리스트 수사가 2012년 대선 자금을 포함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가운데 시작된 검찰 수사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채송무기자 dedanh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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