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숙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 후 청와대와 당내 친박계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와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이 3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마주쳤다.
유 원내대표는 운영위원장으로서 오전 10시부터 회의를 진행했고, 이 비서실장은 청와대 비서실 업무보고 등을 위해 출석했지만 오전 내내 인사를 나누지 않았다.
두 사람은 오후 회의 속개 전에야 악수를 나눴다. 유 원내대표가 회의장에 먼저 와 앉아 있던 이 비서실장에게 "인사가 늦었다"며 악수를 청한 데 따른 것이다.
유 원내대표는 "고생하십시오"라고 짧게 인사했고, 이 비서실장은 "네 감사합니다"라고 답했다. 짧은 인사를 나누는 가운데 두 사람 사이에는 어색한 미소가 흘렀다.
이날 운영위에서 야당 의원들이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강력 비판한 점도 유 원내대표와 이 비서실장 간 미묘한 기류를 부각시키는 요인이 됐다.
새정치민주연합 강동원 의원이 운영위가 전날에서 이날로 한 차례 연기된 배경과 관련, "(청와대의) '유승민 찍어내기'라는 판단이다. 청와대가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무시하고 찍어내려 한다면 이는 국회에 대한 도전"이라고 비판하자 이 비서실장은 "말씀에 비약이 있다"고 반박했다.
강 의원의 질의가 끝나자 유 원내대표는 "위원장으로서 의원님들 질의에 개입할 생각은 전혀 없지만 대통령에 대해, 여기 출석한 청와대 간부들에 대해 표현을 할 때 국회 차원에서 예의를 갖춰 달라"고 말했다.
또 "오늘은 결산을 정상적으로 하기 위해 회의를 소집한 것이니 결산에 집중해 달라"고 말했다. 자신을 둘러싼 정치 공방이 운영위에서 재연되는 것을 경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회의에 앞서 야당 간사인 새정치민주연합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가 운영위 지연 배경 설명을 요구하자 "제가 사실 정확히 모른다"며 같은 당 조해진 원내수석부대표에 발언권을 넘기기도 했다.
유 원내대표는 조 수석부대표의 설명이 끝나자 "약간의 혼선은 있었지만 여야 합의로 오늘 바로 회의를 개최하게 됐으니 양해해주기 바란다"며 회의가 원만히 진행되도록 하는 데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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