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송무기자] 국회법 정국에서 촉발된 2주간의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 거취 논란이 결국 청와대와 여권 전체의 상처를 남긴 채 끝났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8일 국회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내대표 사퇴를 발표했다. 이날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이 사퇴 촉구결의안을 추인한 뜻을 받아들인 것이다.
그러나 유 원내대표의 사퇴의 변은 뼈가 있었다. "평소 같았으면 진작 던졌을 원내대표 자리를 끝내 던지지 않았던 것은 제가 지키고 싶었던 가치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그것은 법과 원칙, 정의였다. 저의 정치 생명을 걸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대한민국 헌법 1조1항의 지엄한 가치를 지키고 싶었다"고 말했다.
유 원내대표는 "오늘이 다소 혼란스럽고 불편하더라도 누군가는 그 가치를 매달리고 지켜내야 대한민국이 앞으로 나간다"며 "지난 2주간 저의 미련한 고집이 법과 원칙, 정의를 구현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다면 저는 그 어떤 비난도 달게 받겠다"고 호소했다.
대통령이 여권 원내대표를 직접 겨냥해 책임론을 제기하는 현 상황이 '법과 원칙, 정의'라는 가치에 어긋난다는 점을 주장한 것이다.
지난 2주간의 여권 갈등은 끝까지 청와대에 부담으로 남을 전망이다. 유 원내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5일 국무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여권 원내지도부에 강력한 입장을 밝힌 지 13일 만에 결국 사퇴했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와 친박계 의원들이 여당 원내대표를 끝까지 압박해 물러나게 하는 상황이 되면서 그동안 박근혜 대통령의 약점으로 지적됐던 불통에 권위주의적 이미지가 덧씌워졌다. 국가 전체를 대표하는 대통령이 여권 친박계의 대표격으로 작용한 것도 부담이다.
유 원내대표 사퇴 과정에서 여당 내 친박계의 왜소함이 드러난 것도 문제다. 당내 친박계는 최고위원들의 동반 사퇴, 박근혜 대통령의 탈당과 신당 창당 등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유 원내대표를 압박하면서 사퇴를 이끌어내려 했지만 당내 소수 위치만 확인했을 뿐이었다.
당내 계파 갈등은 폭발 양상에 돌입했다. 더욱이 유 원내대표의 퇴진 압박에 대해 비박계는 총선을 앞둔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계의 당내 주도권 잡기로 해석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여권 내 계파 갈등이 2주 간 이어지면서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상당한 부담을 안았다. 이 사건 이전에는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의 내분이 주목받았지만 현재는 여권의 심각한 갈등에 가려진 상태다.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로 2주에 이어진 여권 갈등은 일단 마무리가 됐다. 높아진 당청갈등도 일단 봉합 국면에 들어섰다. 그러나 유 원내대표 사퇴 국면에서 깊어진 여당 계파 갈등은 잠복해 이후 총선 국면에 들어서면서 폭발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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