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영수기자] 중국의 고전 삼국지는 게임 개발을 위한 탁월한 소재 중 하나다. 유비, 관우, 조조, 제갈량과 같은 매력적인 인물이 즐비한데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서사 구조가 이미 완성돼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삼국지는 한국과 일본, 중국 등 아시아 게임사에게는 보물단지같은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삼국지는 그만큼 위험한 소재이기도 하다. 하루가 멀다하고 삼국지 게임들이 쏟아지다보니 차별화 요소를 갖추지 못하면 그만큼 시장에서 묻힐 가능성이 높은 까닭이다. 당장 구글플레이에 '삼국지'를 검색해보면 듣도보도 못한 삼국지 게임이 즐비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만큼 삼국지는 '양날의 검'인 셈이다.
또 하나의 삼국지 게임이 출시됐다. 한빛소프트(대표 김기영)가 22일 내놓은 모바일 게임 '천지를베다'가 바로 그 주인공. 2011년 온라인 게임 '삼국지천'을 내놓은 바 있는 한빛소프트가 다시 한 번 삼국지를 앞세워 게임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셈이다.
직접 플레이 해본 천지를베다의 첫인상은 종합선물세트 같다는 점이었다. 시장서 흥행한 게임들의 특징을 잘 버무렸다는 느낌을 받았다. 3D 그래픽으로 연출한 게임 배경과 캐릭터 연출은 의외로 꽤나 수준급.
즐길거리도 많다. 기본 틀은 요즘 핫한 장르인 액션 역할수행게임(RPG)을 채택했고 나만의 성을 건설하는 콘텐츠에 황건적의 난부터 비롯되는 각종 시나리오와 나만의 부관을 육성하는 재미, 실시간 영지 쟁탈전까지 마련돼 있다.
특이하게도 이 게임의 튜토리얼은 한나라를 세운 유방의 시점에서 시작된다. 삼국지의 시작이 흔들리는 한나라 말기를 배경으로 한 점을 감안하면 묘한 배치인 셈. 초나라의 항우와 우미인을 물리치는 과정을 통해 천지를베다의 기본적인 플레이를 배울 수 있다.
조작 방식은 여느 액션 모바일 RPG와 대동소이한 수준이며 최근 출시된 흥행작들의 기본적인 디자인 공식에 충실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용자와 함께 전투를 수행하는 부관을 둘 수 있어 파티 플레이를 즐기는 묘미도 있다. 특수기술을 사용하면 화면 전체를 가득 채우는 그래픽의 향연을 경험할 수 있다.
천지를베다의 전투는 어렸을 적 오락실에서 즐겼던 아케이드 게임 '천지를먹다'를 이래저래 연상시키는 요소가 많았다. 제목의 유사성도 그렇고 전투 도중 종종 획득 가능한 체력 회복제 '만두'의 모습도 예전 추억을 떠올리게 했다. 오락실 좀 다녔던 게이머라면 비슷한 기분을 느낄 것으로 생각된다.
탑승 가능한 말들이 등장한다는 점도 여타 액션 RPG에서 찾아보기 힘든 특징이다. 말에 탑승하면 공격력이 대폭 상승하며 적에게 부딪히는 것만으로도 피해를 입힐 수 있다. 단 제한시간이 있어 무한정 이용할 수는 없다.
확실히 천지를베다는 요즘 쏟아지는 양산형 삼국지 게임은 아니었다. 개발자의 노고가 묻어나는 그래픽과 전투의 타격감은 기대 이상이었다. 숙적 위를 정벌하기 위해 출사표를 유선에게 올린 제갈공명과 하늘을 찌를듯한 촉한의 군세랄까. 한빛소프트가 간만에 날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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