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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백혈병 보상 9부 능선…조정위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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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법인 설립 쟁점, 삼성·가족위 "반대" vs 반올림 "찬성"

[양태훈기자]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 근로자의 백혈병 피해 보상과 관련 출범한 조정위원회의 권고안을 삼성전자가 상당폭 수용하면서 협상 타결의 9부 능선을 넘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다만 조정위가 제안한 '공익법인' 설립을 놓고 삼성전자와 가족대책위원회가 기금 조성을 대안으로 제시한 반면,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반올림)는 기존안을 고수하고 있어 막판 조율이 필요한 상황이다.

삼성과 가족위, 반올림 3자가 조정위 권고안에 대한 의견을 내놓은 만큼 이제 공은 다시 조정위로 넘어간 모양새다.

4일 삼성전자 백혈병 보상을 위한 조정위원회(위원장 김지형)는 각 협상주체가 밝힌 수정안에 대한 내용을 좀 더 검토한 후, 최종적인 협상안을 이끌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정위 관계자는 "이번주 중 조정위원들이 모여 회의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공익법인 설립안 등 쟁점이 되는 부분을 어떻게 처리할 지 회의를 통해 해결방안을 모색해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조정위는 지난달 23일 삼성전자가 1천억원을 기부해 공익법인을 설립하고, 이를 통한 보상은 물론 재발 방지 차원의 정기적인 사업장 점검 등을 골자로 한 권고안을 내놨다.

권고안은 10일 이내 각 협상당사자의 이의제기 등 과정을 거쳐, 조정을 마무리 하게된다.

이와 관련 가족대책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신속한 보상을 위해 많은 절차가 필요한 공익법인 설립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놨고, 뒤이어 삼성전자도 지난 3일 공익법인 대신 1천억 원의 기금 조성을 통한 보상 및 예방 강화를 골자로 한 수정안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반올림 측이 삼성전자와 가족위의 이같은 수정안에 반발하고 나서면서 조정위가 이들 쟁점을 최종적으로 조율할 수 있을 지가 관건이 되고 있다.

이와 관련 조정위 관계자는 "현재 내부 회의를 거치는 중으로 향후 일정 등은 아직 정해진 게 없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 삼성전자·가족위 "보상 먼저' vs 반올림 "공익법인이 핵심"

현재로선 기금 조성을 통해 보상을 신속하게 처리하자는 삼성 및 가족위 측과 공익법인 설립을 고수하고 있는 반올림측이 맞서고 있어 이의 조율이 쉽지는 않을 조짐이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가족위는 양측이 내놓은 수정안을 조정위가 적극 수용, 피해 보상 절차가 신속히 마무리돼야 한다는 점에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가족위 관계자는 "조정위가 피해 당사자들이 요구하는 수정안을 받아들이기를 희망한다"며, "가족위 요구안은 당사자들끼리 바로 협상할 수 있는 것을 제안한 것으로, 삼성전자와 가족대책위 의견이 많이 비슷하다"고 전했다.

이어 삼성전자가 내놓은 기금 조성안 등에 대해서는 "세부적인 검토가 필요하지만, 보상 범위나 대상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가족위는 신속한 보상을 위해 절차와 시기가 소요되는 공익법인 설립에는 반대입장을 표한 바 있다.

삼성전자 역시 "공익법인 설립 대신 기금 조성은 피해 보상 당사자들을 위한 신속한 보상지원을 위한 것"이라며 조정위가 이를 대안으로 적극 검토해 줄 것을 희망했다.

공익법인 설립시 보상시기가 늦춰질 수 있고, 상설 기구 운영 등에 소요되는 재원을 보상 및 예방활동 등에 더 활용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는 조정위 권고안의 수정안으로 ▲1천억 원 기금 조성 ▲신속한 보상 집행 및 협력사에 대한 보상 확대 ▲외부 전문가 주축의 종합진단팀 구성 ▲조정권고안 취지의 사과문 발표 등을 내놨다.

반면, 반올림은 조정위 권고안대로 '공익법인 설립'이 관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삼성전자가 내놓은 수정안의 ▲ 보상 대상 범위 ▲ 옴부즈맨 제도에 의한 외부 감시 ▲ 정보공개 등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실효성 있는 재발방지책이 마련 되려면 조정위 권고안대로 내부 관리 시스템 강화와 이를 검증할 수 있는 외부 감시 시스템(옴부즈맨 제도)을 동시에 구축, 사업장 점검 등이 이뤄져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반올림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내놓은 조정위 권고안의 수정안에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삼성이 가장 핵심적인 내용인 공익법인 설립을 통한 예방과 보상대책 마련을 거부한 만큼 앞으로 어떤 식으로 진행될 지 신중히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공익법인 설립 여부가 이번 백혈병 협상 타결의 막판 쟁점이 되면서 조정위의 추가 조정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조정위가 최종 조율을 통해 8년여를 끌어온 이번 백혈병 협상을 매듭짓게 될 지 주목된다.

한편 삼성전자 백혈병 문제는 지난 2007년 3월 삼성전자 기흥반도체 공장의 여성 노동자 황유미씨가 급성 백혈병으로 사망한 이후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이후 보상 등 협상에 난항을 보이다 지난해 5월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공개사과 및 보상을 공식적으로 약속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이후 협상을 위한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조정위가 출범했고, 조정위는 출범 7개월만인 지난 달 조정안을 내놨다.

양태훈기자 flam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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