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미기자] 롯데 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오는 17일 열릴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두 형제의 운명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11일 오전 11시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국민 사과문 발표와 함께 오는 17일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를 열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신 회장은 "아버지, 형과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언제든지 대화할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경영부분에 대해서는 별개라고 생각한다"며 "롯데그룹은 국내만 13만 명, 세계적으로 18만 명이 근무하고 있는 곳으로, 사업에 대한 안정성을 생각해야만 한다"고 말해 서로 간에 타협할 의지가 없음을 내비쳤다.
이에 따라 오는 17일 열리는 주총이 두 형제간 경영권 다툼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그동안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에서 신동빈 회장을 포함한 이사 해임안을 상정할 것이라고 예고했지만 이 해임안은 이번 주총 안건에서 다뤄지지 않게 됐다.
이번 주총의 주요 안건은 사외이사 선임의 건과 기업지배구조 개선 등으로, 재계에서는 신 회장이 경영권을 장악한 만큼 신 전 부회장이 밝힌 이사진 해임건은 앞으로도 상정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 전 부회장이 밝힌 주총과 관련된 안건은 상정되지 않았다"며 "이번 주총에서는 경영투명성 개선을 위한 안건이 다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또 재계에서는 이번 주총에서 신 회장 측이 신격호 총괄회장을 명예회장으로 추대하는 정관 개정을 주요 안건으로 다룰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는 현재 정관변경 없이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바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두 형제가 그동안 주총 표 대결에서 자신이 유리하다고 주장했지만 신 회장이 한일 경영권을 장악하고 있고 이사진들이 신 회장의 편에 서 있는 만큼 신 전 부회장이 주총을 통해 반격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특히 이번 주총에서 다뤄지는 안건이 무리없이 통과된다면 신 회장의 우호세력이 많다는 것을 입증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신 전 부회장이 지난 7일 일본으로 건너간 후 우호지분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만큼 신 회장의 우세를 아직은 예단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또 신 회장이 내건 안건이 부결된다면 신 전 부회장의 반격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주총에서 신 회장이 내건 안건이 부결되면 신 전 부회장의 우호세력이 더 많다고 볼 수 있다"며 "이후 신 전 부회장이 빠른 시일 내에 '법적 소송' 등을 통해 이사진 해임건으로 다시 주총을 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양측의 우호지분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없지만 여러 측면을 봤을 때 현재 신 회장이 좀 더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현재 일본 롯데홀딩스의 주주는 3분의 1이 광윤사, 3분의 1이 우리사주, 나머지는 임원들이 컨트롤 할 수 있는 자회사나 조합이 가지고 있다. 이 중 신 회장은 1.4%, 신 전 부회장은 2% 미만의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한일 롯데의 핵심 지주사인 롯데홀딩스의 지분구조가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어 두 형제를 지지하는 우호세력이 얼마나 될 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 상태다. 현재 형인 신 전 부회장은 아버지인 신 총괄회장이 대표인 광윤사와 우리사주 지분을 합쳐 우호지분 3분의 2를 확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동생인 신 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분 50% 이상을 확보했다고 주장하고 있어 이번 주총 결과는 여전히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주총이 신 회장의 완승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좀더 우세하다. 이미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진들이 신 회장의 편인 데다 각 이사진들이 우리사주와 임원들의 자회사, 조합에서 대표성을 가진 사람들로 세워진 만큼 신 회장의 우호세력이 월등히 많을 것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주총에서 기업지배구조 등 민감한 안건이 다뤄지는 만큼 신 회장이 우호세력 확보에 자신이 있지 않고서는 다룰 수 없는 문제들"이라며 "이번 안건이 무사히 통과가 되면 신 전 부회장은 우호세력 결집에 실패했을 뿐 아니라 향후 법적 소송의 명분도 잃게돼 결국 지분만 있는 채로 남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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