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준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13일 전격 사면 및 복권됨에 따라 향후 SK그룹 구조개편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특히 SK그룹의 ICT 분야를 책임지는 SK텔레콤을 중심으로 ICT 관련 기업들의 지분구조가 크게 요동칠 가능성도 높다.
정부는 13일 70주년 광복절을 맞아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경제인 14명을 포함한 6천527명을 특별사면하는 등 220만 6천924명에 대한 사면과 행정 제재 감면 등을 단행한다고 발표했다.
14일자로 사면될 최태원 회장이 경영일선으로 돌아오면 가장 먼저 결정해야 할 사안중 하나가 포털 네이트를 서비스하고 있는 SK커뮤니케이션즈(SK컴즈) 처리건이 될 공산이 크다. SK플래닛의 자회사인 SK컴즈는 지주회사인 SK의 증손자 회사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손자회사가 증손자 회사의 지분을 100% 확보하거나 전량 매각해야 한다. 현재 SK플래닛은 SK컴즈의 지분 64.5%를 확보하고 있다. 오는 9월까지 지분을 추가로 매입해 100% 자회사를 만들거나 현재 지분을 전량 매각해야 한다.
SK텔레콤은 지난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SK플래닛이 (SK컴즈 지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몇가지 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텔레콤과 브로드밴드, 플래닛의 역할분담은 어떻게?
아울러 SK텔레콤이 최근 100% 자회사로 편입시킨 SK브로드밴드와 플랫폼 및 커머스 사업을 진행중인 SK플래닛을 둘러싼 역할분담에도 관심이 모인다.
SK텔레콤이 SK브로드밴드를 100% 자회사로 편입시킬때부터 양사의 합병을 위한 사전 포석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 바 있다. 특히 SK텔레콤은 최근 SK플래닛의 주문형비디오(VOD) 사업인 '호핀'을 SK브로드밴드로 흡수시킨다고 발표하며 통합 미디어플랫폼을 새로 선보인다고 밝히기도 했다.
SK플래닛의 역할이 계속 축소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SK플래닛은 지난 6월 '클라우드 스트리밍' 서비스 담당 조직을 인적분할해 SK텔레콤의 자회사로 편입시킨다고 발표했다. 지난 7월에는 '호핀'을 SK브로드밴드로 이관했다.
업계 관계자는 "SK그룹이 SK플래닛에 11번가나 시럽 등 O2O 사업 정도만 남기고 다른 사업부는 계속 다른 계열사로 넘기고 있다"며 "SK텔레콤이 플랫폼 사업자로의 변신을 선언한만큼 기존 플랫폼 사업을 담당하던 SK플래닛의 역할이 축소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어디로?
또다른 관심사는 SK하이닉스다. SK하이닉스는 현재 SK텔레콤의 자회사이자 지주회사인 SK의 손자회사다. 공정거래법상 손자회사가 자회사를 두려면 지분 100%를 확보해야 한다. SK하이닉스가 적극적으로 인수합병(M&A)에 나서기 어렵다는 얘기다.
때문에 증권가에서는 SK그룹이 SK하이닉스를 SK텔레콤의 자회사가 아닌 지주회사의 자회사로 이동시킬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어떤 방식으로든 SK하이닉스가 독립하고 SK텔레콤이 그룹 전체 ICT 사업을 총괄하는 구조로 변화할 가능성이 높다"며 "SK주식회사 C&C 부문과, 그 자회사인 인포섹 등도 SK텔레콤과 함께하면 더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최태원 회장이 사면 및 복권됨에 따라 통신비인하 목소리에 어떤 대응책을 내놓을지 관심이 모인다. 정부가 경제살리기를 기치로 내걸고 경제인 사면을 추진한만큼 이에 대한 '반응'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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