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근기자] 교육부의 이른바 '역사교과서 비밀 태스크포스(TF)팀'이 교과서 정국의 태풍의 눈으로 부상할 조짐이다. 교육부가 중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방침이 공식적으로 결정되기도 전에 교과서 편찬 작업 전반을 추진할 전담기구부터 가동했다는 내용이다.
이같은 의혹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소속 야당 의원들이 비밀TF 소재지로 추정되는 서울 동숭동 국제교육원을 급습하면서 제기됐다. 하루가 지난 26일 오전 현재까지도 야당 의원들은 면담을 거부하는 TF 소속 교육부 공무원들과 경찰을 사이에 두고 대치 중이다.
◆교육부 비밀TF, 사실상 교과서 발행 전담하나
새정치민주연합 도종환, 김태년, 박홍근, 정의당 정진후 의원 등 국회 교문위 소속 의원 10여명은 지난 25일 저녁 국제교육원을 긴급 방문했다. 도종환 의원실을 통해 교육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을 위한 비밀TF를가동하고 있다는 제보가 접수됐다는 것이다.
새정치연합은 26일 이같은 사실과 함께 'TF 구성·운영계획안'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공개했다. 문제가 된 TF의 인적 구성과 담당업무를 규정한 교육부 내부 문건이라는 설명이다.
문건에 따르면 국제교육원에 설치된 TF는 충북대 오석환 사무국장을 단장으로 모두 21명의 파견 공무원들로 구성된다. 이들의 담당업무는 교과서 개발 기본계획 수립과 집필진 구성과 당정 및 국회 협조, 홍보전략 수립 등 사실상 국정교과서 체제 전환과 발행에 관한 모든 업무를 총괄한다.
이같은 내용이 사실이면 정부가 오는 2일 행정예고 확정고시를 통해 역사교과서 국정화 방침을 공식화하기도 전에 이미 교과서 전담기구부터 구성했다는 얘기가 된다. 정부는 지난 13일에도 국무회의를 통해 국회의 사전심사가 불필요한 예비비로 국정교과서 예산을 편성해 야당의 강한 반발을 불렀다.
더구나 황우여 사회부총리 및 교육부 장관은 지난 8일 국정감사에서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방침을 정했는지 밝혀달라"는 질문에 "확정된 바가 없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정부가 국정화 방침을 확정하기도 전에 전담기구 구성과 예산편성을 끝냈다는 의혹이어서 야당은 황 부총리의 위증을 의심하고 있다.
이같은 비밀TF에 청와대가 관여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TF 내 상황관리팀의 업무 내용 중 'BH(청와대) 일일 점검회의 지원'이라는 부분 때문이다. 비밀팀 컴퓨터 화면에서 '09-BH'라는 제목의 폴더가 발견된 데다 청와대와 교육부의 고위 관계자가 비밀TF 대책회의에 참석했다는 제보도 새정치연합측에 접수됐다고 한다.
교육부는 이날 "공식 조직과 별개로 비밀TF를 꾸린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TF가 지난 5일부터 국제교육원 사무실에 마련됐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교육문화수석 차원에서 상황을 관리한다든지 하는 일은 있지 않았을까 한다"며 TF 관여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靑, 비밀TF 대책회의 관여 가능성 부인 안해
현행 교과서 발행 과정에서 집필진 구성을 비롯한 실무는 교과서를 발행할 출판사가 담당하고 발행될 교과서의 검인정은 국사편찬위원회가 담당한다. 국정교과서 발행 전담기구를 구성하려면 적어도 오는 2일 국정화 이후 공개적인 과정을 거쳐 구성되는 게 적법한 절차라는 지적이다.
교문위 야당 관계자는 "행정절차법상 오는 2일까지는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여론수렴 기간인 데도 별도 조직을 두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박근혜 정부가 내부적으로 국정화 방침을 결정해놓고 교과서 발행을 위한 조직을 미리 가동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도종환 의원은 "법령에 근거해 공개적으로 투명하게 추진할 정책을 비밀스레 밀어붙이는 조직은 해체돼야 마땅하다"며 "국민에 대한 여론수렴이라는 절차가 형식에 지나지 않게 된 상황에서 정부 스스로도 국정화가 떳떳하지 않은 듯하다"고 지적했다.
조석근기자 feelsogoo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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