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송무기자]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요구한 쟁점법안의 직권상정을 정의화 국회의장이 거부하면서 박근혜 정권의 후반기 핵심 과제인 노동개혁 등이 사실상 무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16일 기자간담회에서 "의장은 어디까지나 법에 따라서 할 수밖에 없는데 국회법 85조에 심사기일 지정할 수 있는 경우는 전시,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 비상사태의 경우만 가능하다"며 "지금 경제 상황을 그렇게 볼 수 있느냐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어제 청와대에서 메시지가 왔기에 제가 '그렇게 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를 좀 찾아봐달라'고 오히려 부탁했다"며 "안하는 것이 아니라 법적으로 못하기 때문에 할 수 없는 것"이라고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이 전날 정 의장을 면담해 쟁점법안의 직권상정을 요구하면서 "쟁점법안을 직권상정하지 않는 것은 정치인의 밥그릇 챙기기"라고 한 것에 대해서도 정 의장은 강하게 비판했다.
정 의장은 "국회의원 밥그릇 챙긴다는 말은 국민들로 하여금 굉장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선거구가 실종된 기간이 흘러가면 내년 4월 총선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는 입법 비상사태가 일어날 수 있것으로 밥그릇 챙긴다는 표현은 아주 저속할 뿐 아니라 합당하지 않다"고 맹비난했다.
한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대통령의 긴급재정명령에 대해 "검토해보겠다"고 말해 국회의장을 압박했다.
이인제 최고위원도 이날 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국회의장은 법만 이야기하고 있는데 법 위에 있는 헌법을 왜 바라보지 않는가"라며 "의회주의를 질식시키고 있는 국회선진화법은 헌법에 위반되는 법이다. 국회가 결단을 못 내리면 그 다음 기다리고 있는 것은 대통령의 긴급권밖에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청와대는 일단 대통령의 긴급재정명령에 대해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이날 경제관련장관회의에서 "미래세대에게 더 이상 죄 짓지 말아야 한다"고 국회를 다시 강도 높게 압박했다.
박 대통령은 "한창 일 할 수 있는, 그리고 일하고 싶어 하는 이 젊은이들의 잃어버린 시간, 잃어버린 인생을 누가 보상할 수 있겠나"라며 "국회가 존재하는 이유는 국민들을 대변하기 위해서인데 정치개혁을 먼 데서 찾지 말고 국민들을 위한 자리에서 찾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권은 정의화 국회의장에 대해 직권상정을 재차 강하게 압박할 예정이다. 새누리당은 이날 오후 소속 의원 전원 명의로 노동개혁 5개 법안,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기업활력제고법(일명 원샷법), 테러방지법, 북한인권법 등 쟁점법안 직권상정 요구서를 제출하기로 했다.
그러나 정 의장이 이같은 입장을 바꾸지 않을 경우 사실상 법안 처리를 강제할 수 있는 방안이 없다. 연말이 지나면 정치권이 본격적인 총선 국면에 돌입해 상당기간 법안 처리가 어려울 전망이다.
이에 따라 박근혜 정권의 하반기 중점 정책인 노동개혁 등은 국회에 막혀 상당기간 표류할 전망이다.
채송무기자 dedanh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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