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미기자] "신세계의 미래는 아마존과 같은 글로벌 기업에서 찾아야 합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회사 임원회의에서 유통과 IT의 융합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한 말이다. 온라인몰을 포함한 IT와의 융합을 통해 사업 시너지를 창출해야 급변하는 유통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얘기다.
정 부회장 외에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등 빅3 유통업체 오너들은 모두 기존 오프라인 매장의 성장 한계를 인식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온라인 및 모바일 시장이 하루가 다르게 커지고 있는 것도 유통업체의 변화를 부추기고 있다.
실제로 지난 13일 통계청이 발표한 '소매판매 및 온라인쇼핑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4조9천720억 원으로 1년 새 19.5% 증가했다.
이는 2001년 이후 최대치로, 전체 소매판매액 중 차지하는 비중도 15.4%에 달했다. 이 중 모바일 쇼핑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52.3% 증가한 2조4천440억 원을 기록, 온라인 쇼핑 중 절반을 차지했다.
또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따르면 지난해 모바일인터넷 이용자의 절반 이상(52.2%)이 모바일 쇼핑을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유선 인터넷을 통한 쇼핑(14.3%)보다 모바일 쇼핑 비중(29.1%)이 15%포인트 가까이 높았다.
이처럼 모바일을 활용해 쇼핑을 즐기는 이들이 늘면서 유통업태간 경계도 무너지고 있다. 백화점,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채널의 성장은 정체인 반면 모바일 쇼핑 시장은 매년 커지면서 이를 노린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관련 사업 강화에 나서고 있는 것.
또 스마트폰 하나로 모든 생활을 영위하는 이른바 '스마트 쇼퍼'들을 겨냥, 온라인과오프라인, 모바일 등 모든 유통 채널에서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려는 기술 개발도 한창이다. 특히 업체들은 최근 전 세계적으로 급성장 중인 온라인과 오프라인 연계(O2O) 서비스 시장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와 과련 KT경제경영연구소의 '2015년 ICT 10대 주목 이슈'에 따르면 국내 O2O 시장은 2015년 약 15조 원에서 2년 내 300조 원 규모의 오프라인 커머스 시장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및 모바일이 주요 유통 채널로 자리매김함에 따라 대형마트, 백화점, 홈쇼핑 등 전통 유통채널들도 온라인 사업을 강화하거나 온·오프라인을 연계한 O2O 서비스를 선보이는 추세"라며 "커머스에서 온·오프라인 경계가 빠르게 허물어짐에 따라 앞으로도 전자상거래 시장 앞확대가 예상되며, 시장 경쟁도 더윽 치열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유통채널 중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고 쪽은 롯데그룹이다. 현재 전사적으로 '옴니채널' 전략을 앞세워 전 계열사에 비콘 인프라 구축에 나섰다. 지난해 2월에는 미래전략센터에 '롯데 이노베이션 랩'을 설치, 옴니채널과 관련된 신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비콘을 활용, 이미 지류 DM을 대체할 수 있는 '스마트 쿠폰북'을 선보여 백화점 내 매장 및 할인 정보를 언제 어디서든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앱은 출시 이후 1년만에 다운로드 수가 200만 건을 돌파했으며 지난해 11월 기준 누적 다운로드수는 300만, 실 사용자는 200만 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롯데마트도 이미 지난 2014년 10월부터 월드타워점에서 비콘 서비스를 선보였다. 또 최근 모바일 주문 건수가 월평균 90% 이상 성장하면서 지난해 11월 모바일사업본부를 확대하고 인원을 2배 가까이 늘렸다.
세븐일레븐 역시 지난 2014년 12월부터 전자지갑 '시럽' 앱과 연계한 비콘 서비스를 도입, 하루 평균 20만 명이 이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 상반기 중 비콘 서비스를 시럽 앱뿐만 아니라 '세븐일레븐 앱'과도 연계할 예정이다. 또 향후 비콘 서비스를 실시간 '타임 마케팅'에도 적극 활용, 시간대별 고객 선호에 따른 할인 쿠폰을 제공할 계획이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상반기 모바일앱을 처음 선보이며 과거 구매이력 및 라이프스타일, 선호제품군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개인별 맞춤 상품안내메일(DM)을 보내고 있다. 또 네이버, SK 등과 제휴를 통해 비콘 서비스도 제공중이다. 네이버는 지난 2013년 11월부터 현대백화점과 롯데백화점 57개 매장에서 비콘 '스마트 알람이'를 네이버 지도로 제공하고 있다.
갤러리아백화점 역시 지난해 10월부터 대전 타임월드에만 선보였던 비콘 서비스를 오는 2월부터 타지점까지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이와 달리 신세계백화점은 비콘 서비스 도입을 검토중이지만, 아직까지 실효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다만 기존에 분리돼 있던 신세계백화점 인터넷 쇼핑몰, 이마트몰, 트레이더스몰 등 계열 쇼핑몰을 합한 사이트 'SSG닷컴'을 더 강화하고자 최근 마케팅 활동을 활발하게 벌이고 있다. 또 이곳에서 주문한 상품을 백화점 매장에서 직접 수령할 수 있는 '매직픽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O2O 시대에 맞춰 모바일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예정"이라며 "푸드코트 주문·결제가 가능한 스마트오더, 개인화 맞춤 큐레이션 등 스마트 서비스, 온라인몰과 연계한 서비스들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형마트 중에서는 홈플러스가 지난 2011년 세계 최초로 스마트 가상스토어 서비스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이곳을 통해 고객들은 홈플러스 '온라인마트'의 3만5천개 상품의 바코드 또는 QR코드를 스마트앱으로 촬영해 즉시 구매한 후 가장 가까운 홈플러스 매장에서 원하는 시간에 상품을 배송 받을 수 있다. 또 홈플러스는 모바일앱에서 고객 구매 이력을 바탕으로 금주 특가 상품을 추천하거나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외에도 자사 앱을 다운받은 고객들이 스마트결제 바코드를 제시하면 보유중인 모든 쿠폰을 한 번에 자동으로 적용받을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해 호응을 얻고 있다.
이마트 역시 온라인에서 장을 보는 고객들을 위해 가상스토어 앱을 운영중이며, 오프라인에서는 상품을 스캔해 편리하게 상품평이나 상품 정보 확인, 구매까지 가능한 스캔 검색을 제공하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구글이 지난해 12월 문자나 로고 인식, 얼굴 표정 인식도 가능한 기술을 선보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며 "이를 활용해 고객들에게 더 편리하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눈여겨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변화하는 환경에 적합한 쇼핑 방식을 계속 연구 중으로 이마트몰을 중심으로 딜상품도 지금보다 더 강화할 예정"이라며 "올해는 본격적으로 온·오프라인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O2O 서비스를 다각도로 실행해 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G마켓과 옥션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는 국내 온라인 쇼핑 업계 처음으로 온라인 쇼핑에 NFC(근거리 무선통신)를 도입한 'A.태그'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 서비스는 NFC 기능이 내장된 마그네틱 자석 형태로 냉장고, 화이트 보드 등에 부착할 수 있다.
'A.태그'에 스마트폰을 갖다 대면 고객들은 최근 구매내역을 확인할 수 있고, 기저귀, 우유 등 자주 구매하는 상품의 쇼핑 시간도 단축할 수 있다. 이 서비스는 현재 2030 젊은 여성 사용자와 사무비품을 자주 구매하는 소비자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최근 SK플래닛과 합병된 11번가의 경우도 SK플래닛의 OK캐시백, 시럽 월렛, 시럽 오더 등 O2O 서비스를 활용, 전자쿠폰·상품권 등의 O2O형 상품 확대는 물론 오프라인 매장을 통한 마케팅 활동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편의점 CU는 현재 'CU 멤버십' 앱을 설치한 고객이 매장에 들어서면 즉석 할인쿠폰을 자동 팝업으로 띄워주는 '팝콘 쿠폰 서비스'를 시행중이다. 이는 인포사운드 방식으로 비콘과는 달리 별도의 수신 설정이 필요 없고 휴대폰이 스스로 인식하고 반응해 고객들의 이용 편의성을 높인 게 장점이다.
GS25 역시 O2O 서비스 강화를 위해 지난해 11월 네이버와 업무협약을 맺고 네이버 쇼핑윈도 전문관 중 하나인 푸드 윈도에 GS25 전용관을 오픈했다. 또 매장 계산대에서 바코드 인식만으로 코웨이 정수기 렌탈, 안마의자, 보험 서비스 등을 구매할 수 있는 알뜰쇼핑 매대를 설치해 눈길을 끌었다.
이와 함께 시럽, 얍 등과 제휴, 서울 2천여 개 매장에서 비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증정품을 어플에 보관했다가 전국 매장에서 찾아 사용할 수 있는 '나만의 냉장고' 앱을 선보여 고객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 쇼퍼는 기존 PC의 쇼핑 습관보다 좁은 화면에서 큐레이션 소셜 커머스를 더 편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에 맞춰 업체들도 개인화되고 위치추적이 가능한 서비스 흐름에 맞춰 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모바일 중심의 온라인 쇼핑 시장이 커지면서 오프라인 유통업계는 옴니채널 구현에 더욱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개인화를 위한 다양한 데이터 수집과 분석, 단품관리를 통한 온·오프라인 통합 데이터, 그룹사 통합 데이터 등이 더 요구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업체들은 O2O 시대를 맞아 온·오프라인 구분없이 고객이 원하는 곳에서 모든 서비스가 동일한 시너지를 낼 수 있어야 한다"며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편의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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