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영수기자] 삼삼오오 모인 친구들이 게임 이야기로 꽃을 피운다. 간밤에 엔딩을 봤다는 친구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고, 예상치 못한 드라마틱한 반전에 모두가 경악을 금치 못한다.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탄탄해진 세계관과 선 굵은 캐릭터들은 모두의 귀를 기울이게 하는 마력이 돋보였다.
이상은 1990년대 한국 게임 시장을 쥐고 흔든 '창세기전'에 대한 단상이다.
창세기전은 지난 1995년 첫 작품을 시작으로 6편의 PC 게임을 비롯해 외전 형태의 게임을 다양한 플랫폼으로 출시하며 전통을 이어 온 명작 시리즈다. 당시 불모지에 가까웠던 한국 게임 시장에서 달성한 100만장 이상의 누적 판매량은 이 게임의 인기를 가늠하게 해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이러한 창세기전 시리즈의 최신작이 공개를 앞둬 게임팬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소프트맥스(대표 정영원)는 23일 오후 8시부터 '창세기전4'의 공개서비스(OBT)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첫 작품 '창세기전(1995)'이 출시된 지 21년, 직전 작품인 '창세기전 외전: 크로우(2003)'가 나온 지 13년 만이다.
개발기간 5년, 200억원 이상의 개발비가 투입된 창세기전4는 온라인 상에서 즐기는 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다. PC 패키지로 출시돼 혼자 즐겨야 했던 전작들과 달리 다른 사람들과 함께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의미다.
세계관도 이어진다. 창세기전4는 전작에서 맹위를 떨친 사악한 암흑신 '베라모드'에 맞서 먼 미래로 도약한 영웅들의 여정을 그렸다. 창세기전 시리즈의 상징적 존재인 거대 병기 '마장기'도 만나볼 수 있다. 이외에도 5명의 캐릭터로 전투를 수행하는 '군진'을 비롯해 군진 조합에 따라 변화하는 '연환기' 등의 특징도 갖추고 있다.
게임업계는 한국이 낳은 몇 안되는 유명 시리즈 신작의 흥행 여부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지식재산권(IP)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는 시장 환경 속에서 창세기전4가 예전의 명성을 재현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소프트맥스는 게임 흥행을 기대하고 있다. 앞서 두 차례에 걸쳐 실시된 비공개테스트에 각각 10만명 이상이 몰리고 지난 21일부터 22일까지 이틀간 진행된 사전 아바타명 생성 역시 10만명 넘게 참여해서다.
반면 시장에서는 낙관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창세기전4는 앞서 진행된 테스트에서 혹평을 받았다. 경쟁작들과 비교해 저평가된 그래픽 품질과 부족한 콘텐츠에 대한 이용자들의 지적이 이어져서다. 회사 측은 길드·채집 및 채광·제작을 비롯해 캐릭터의 능력치를 조율하는 카르타 시스템을 추가하는 등 완성도를 높이는 데 주력했다. 결국 23일 오후 베일을 벗는 창세기전4의 흥행은 게임의 재미 요소가 좌우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창세기전4는 개발사 소프트맥스의 명운을 쥐고 있는 게임이기도 하다. 지난 1994년 설립된 소프트맥스는 90년대 한국을 대표하는 유명 게임사였으나 현재는 그 위상이 많이 축소된 상태다.
실제로 이 회사의 작년 매출은 전년 대비 3.89% 하락한 30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1분기 매출은 3억원 미만에 불과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오르기도 했다. 주력 매출원이던 온라인 게임 'SD건담캡슐파이터'의 서비스가 지난해 5월 종료되면서 적잖은 타격을 입은 탓이다. 소프트맥스 입장에서 창세기전4를 반드시 성공시켜야 하는 이유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창세기전4는 한국의 유명 IP와 소프트맥스의 명운이 걸린 게임"이라며 "최근 '블레스' '테라' 등의 흥행에 힘입어 온라인 게임 시장이 다시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창세기전4의 흥행 성적에 주목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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