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은기자] 최근 디젤자동차가 대기오염의 주범이라는 비판이 일면서 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차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다만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의 높은 관심에도 불구하고 인프라 부족 등으로 전기차 대중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나온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국내에 등록된 디젤차는 878만6779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4% 증가했다. 같은 기간 등록된 가솔린차는 26만7천651대에 그쳤다. 디젤차가 가솔린차에 비해 2.6배 더 팔린 셈이다.
그러나 최근 환경부가 발표한 디젤차 20종의 배출가스 조사에서 닛산 캐시카이가 배출가스 불법조작 의혹을 받았고, BMW 520d 한 개 차종 외에 조사 대상 전 차종이 실내 인증기준(0.08g/㎞)보다 높은 질소산화물을 배출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더티 디젤'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디젤차에 대한 반감이 확산되면서 소비자들은 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차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 자동차업계에서도 전기차 대중화 시대가 임박했다는 판단 하에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신기술 및 신차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전기車 대중화까지 '산 넘어 산'…인프라 확충 1순위
그러나 전기차 대중화 시대가 도래하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은 상황이다. 특히 충전시설과 같은 인프라 부족이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히면서, 전기차 대중화를 말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올해 전기차 8천대 보조금과 충전기 150대 설치를 위해 1천5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할 방침을 정했다. 그러나 현재 전국의 전기차 급속 충전시설이 370여개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보면 이같은 투자 조차도 미흡한 수준이다. 일본의 경우 전기차 급속 충전시설이 3천개에 이른다.
지자체마다 다른 전기차 보조금도 문제로 지적된다.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은 1천200만원으로 고정되어 있지만, 지자체별 자체 지원금은 0원에서 800만원까지 들쑥날쑥 차이를 보인다. 전기차 보조금을 받기 위해 복잡한 행정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배터리 충전 문제가 전기차의 구입을 망설이게 하는 주요한 요인이다. 다만 양산형 전기차 1위인 닛산 '리프'의 경우 1회 충전에 132㎞를 달리는 반면 최근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내놓은 '모델3'의 경우 1회 완충 시 최대 주행거리가 346㎞에 달해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한 업계의 기술 개발이 빨라질 전망이다.
한국전기차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김필수 교수는 "전기차를 구매할 경우 일상생활에서 신경을 써야할 부분이 많기 때문에, 설사 보조금을 받는다고 해도 내연기관차와 비교해 그리 매력적이라고 할 수 없다"면서 "1KW당 330원이 넘는 충전 전기비가 부담되면서 승용디젤차에 대비 연료비 절감이라는 장점도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전기차의 단점을 희석시킬 수 있는 방법은 전기차 소유자를 위한 강력한 인센티브 도입"이라며 "현재 시행되는 경차 이상의 혜택은 물론 전기차 전용번호판 제도 도입 등 전기차 구입을 독려할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전기차 시장을 확대해 파이를 키우고, 민간 차원의 수익모델을 극대화할 수 있는 토대 마련이 시급하다"면서 "정부는 나무를 바라보지 말고 숲을 보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은기자 eun0614@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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