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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룡 "대우조선 지원, 산은과 협의했다" 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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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택 전 산은 회장의 "일방적 지시받았다" 주장에 전면 부인

[윤지혜기자]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일방적인 지시에 따라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을 지원했다"는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현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의 주장을 전면 반박했다.

홍 전 회장은 8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10월 청와대 서별관회의에서 당시 최경환 경제부총리,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 임종룡 금융위원장, 진웅섭 금융감독원장 주도로 대우조선해양(이하 대우조선) 자금 지원이 결정됐다"며 산업은행(이하 산은)이 끼어들 여지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임 위원장은 이날 열린 기업구조조정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대우조선 구조조정 당시 국책은행(산은)과 협의 없이 자금 지원이 이뤄졌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이밖에도 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 관련해 12조원을 투입하는 건에 대해서는 "기업의 유동성 부족을 단순히 메워주기 위한 금융지원은 어디에도 포함되지 않았다"며 "중장기적 목표를 가지고 회계법인 등 전문가 집단과 논의해 구조조정을 진행하겠다"고 했다.

다음은 임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Q. 홍기택 전 산은 회장이 4조2천억원대의 대우조선 지원을 청와대, 기재부, 금융당국이 결정했다고 지적했는데?

(대우조선 구조조정은) 국책은행과 긴밀한 협의 아래 진행했다. 지난 4월부터 매주 2~3차 만났으며 조선해운업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주채권은행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했다. 그러나 대우조선 지원금에서 선수금환급보증(RG)을 포함할지 말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간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구조조정이 지연되면 해당 기업의 정상화는 어려워지는 만큼 누가 나서서 책임감을 가지고 가르마를 타줘야 한다. 신속한 구조조정을 위한 노력을 누군가는 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그걸 저와 금융위가 했다.

그렇다고 해서 국책은행과 협의 없이 일을 진행한 것처럼 비춰지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그 일로 인해 제가 책임질 일이 있으면 당연히 책임지겠다.

Q. 홍 전 회장은 "서별관회의에 갔더니 구조조정 금액이 정해져 있었다"며 구조조정 금액이 탑다운 방식으로 정해졌다고 하던데?

A. 주채권은행 실무자들과 함께 지원금 규모를 정하는 회의를 내가 주재해 진행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의견을 조정하고 조정 결과를 각 은행에 보낸 후 서별관에서 안건 회의를 했다. 그걸 그 자리에서 처음 봤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사전 회의는 당연히 있었고 여기에 증언 서실 분들이 계신다.

Q. 공적신용기관(ECA)인 수출입은행의 경우, 구조조정이 본연의 업무가 아닌데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부실화됐다는 지적이 있는데.

A. 수출입은행에 자본확충펀드로 지원하기로 한 것은 구조조정 측면도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일이다. 구조조정으로 인한 손실로 인해서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의 건전성이 나빠지면 시장뿐 아니라 국책은행이 해야 할 본연의 기능에 장애가 생겨서 금융시장에 불안이 조성되고 충격이 생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의 자본 확충 지원이 필요하다. 즉,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서라도 수출입은행 자본 확충 보완이 필요하다.

또 수출입은행도 구조조정의 한 당사자다. 수출입은행은 주로 RG를 통해서 기업을 지원하는데, 해운조선산업은 특히 수출입은행 대부분의 지원이 RG 형태로 돼 있다.따라서 이런 구조조정 과정에서 수출입은행이 참여해서 자기 의견을 내는 것은 당연하다.

Q. 2009년에 조성했던 은행자본확충펀드(은자펀드)에 대해 감시와 통제가 어려운 유사공적자금이란 비판이 있었다. 이번에 조성될 '국책은행 자본확충펀드'가 이와 비슷하다는 우려가 있다.

A. 국책은행 자본확충펀드는 구조나 성격이 과거 은자펀드와 유사하다. 그러나 대상이 다르다. 과거엔 모든 은행이 대상이었지만 지금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을 위해 시행된다. 또 공적자금관리 법률상 동일하게 규제를 받지 않는다. 정부 재정이 들어가고 한국은행도 도움이 주는 만큼 넓은 의미에서 공적 자금이라고 간주할 수 있지만 법률적으론 같은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다.

Q. 정부는 채권단 중심의 구조조정을 강조하고 있는데 최근 조선·해운업이 어려워지면서 현대중공업의 경우 수주할 때도 국책은행에서 RG 발급을 꺼려해 마찰이 발생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어떻게든 수주를 하려고 하고 국책은행은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늘어날까 고민하고 있는 상황에서 채권단 중심의 구조조정은 이런 문제를 방치하는 건 아닌가.

A. 최근 들어 일반 은행이 조선해운에 대한 익스포저를 줄여야 한다고 생각해 통상적인 비즈니스 차원의 거래가 위축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구조조정을 시작할 때 가장 두려운 게 신용 경색이다. 이 때문에 구조조정 시작할 때 대상 업종을 분명히 하고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이 일어나지 않도록 문제가 되는 은행이 어디인지 분명하게 해주는 게 중요하다.

그동안 발표되지 않았던 자구계획을 구체적으로 정리해 공개한 만큼 시장에서 이를 신뢰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일쯤 시중 은행 대상으로 이를 설명할 예정이며 자구 노력에 의한 경영정상화가 입증되면 그 다음 단계에서 정상적인 거래가 이뤄질 수 있도록 당국과 주채권은행이 함께 노력하겠다.

Q. 자본확충펀드는 자산관리공사(캠코)가 설립하고 한국은행에서 도관은행인 기업은행을 경유해 10조원 한도로 출자하기로 했는데, 캠코나 기업은행 등 보완 기관이 관여하는 이유는?

A. 한국은행의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현행법상 한국은행이 직접 자본확충펀드에 자본을 투자하는 것은 법률적으로 가능한지 아닌지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지난번 은자펀드처럼 기업은행이 도관은행이 돼서 대출을 하게 된 것이다.

다만 자칫 한국은행이 대출금을 떼일 우려가 있어 신용 보강 차원에서 신용보증기금이 '어떠한 경우에도 이 돈은 돌려주겠다'고 보증을 선 것이다. 이 때 신용보증기금의 보증 재원은 한국은행에서 마련한다.

또 자본확충펀드 11조원 중 1조원은 기업은행이 출자하므로 기업은행도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캠코라는 공공기관에 기업은행이 자금을 투자한 뒤 캠코가 출자를 하면 기업은행도 위험을 회피할 수 있게 된다. 즉 다양한 도관기관을 통해 돈을 내는 기관들이 위험을 줄일 수 있다.

Q. 한국은행이 기업은행에 10조원을 대출해주고 기업은행은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을 받고 신용보증기금은 한국은행에서 조달을 받는 형태다. 신용보증기금에 한국은행이 조달하는 자원은 얼마이며 이런 복잡한 구조를 설계한 이유는 무엇인가.

A. 법정 보증계수가 20배이므로 한국은행은 신용보증기금에 대출금의 20분의 1을 출연한다. 한국은행이 대출금을 못 받게 되면 신용보증기금이 보증 재원을 바탕으로 대출금 전액을 회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따라서 한국은행은 위험 없이 이 돈을 회수할 수 있다. 자본확충펀드를 만들 때 한국은행에 지장이 없게 하겠다는 원칙이 반영돼 이러한 구조를 설계했다. 과거 유사 사례도 있었다.

Q. 구조조정 기업이 유동성을 자체 확보해야 한다는 게 원칙인데 한진해운의 경우 유동성을 확보할 방안이 마땅치 않아 한진그룹이 나서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룹이 나서면 채권단에서 우선매수권과 같은 장치를 해줄 수 있다는 이야기도 시장에서 나오는데 이와 관련해 한진그룹과 채권단이 논의한 바 있나.

A. 논의가 있다. 지난 5월 27일 주채권은행과 함께 한진그룹에 유동성 부족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계획을 요구했다. 현재 주채권은행은 한진그룹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우선매수권에 대해서는 거론한 적 없다.

Q. 직접출자와 펀드를 통한 간접출자를 병행하는 이유는?

A. 국책은행 자본확충은 구조조정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금융시장 불안에 대비하기 위해 컨틴전시 플랜(비상대응방안) 차원에서 마련됐다. 구조조정 진행상황의 불확실성에 대응해 직접출자 방식과 보다 탄력적인 간접출자 방식을 병행해 충분한 대응여력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정부 직접출자는 보통주자본 확충에 효과적인 방식이고, 펀드를 통한 간접출자는 구조조정 상황변화에 신속하고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윤지혜기자 j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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