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미기자] 롯데 비리 수사로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출석을 앞두고 있던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이 돌연 스스로 목숨을 끊어 롯데그룹이 충격에 빠졌다. '그룹 2인자'로 불리는 이 부회장은 이번 검찰 수사의 핵심으로 손꼽히는 인물이었으나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함으로써 급물살을 타던 검찰의 롯데 수사 전반에 큰 차질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롯데그룹과 경찰 등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7시 10분께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문호리 북한강변 산책로에서 스스로 목을 매달아 목숨을 끊은 상태로 발견됐다. 경찰은 정확한 신원확인을 위해 지분 분석을 진행 중이며 현장 인근에 있던 이 부회장의 차 안에서 A4용지 4매 분량의 유서도 발견했다.
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에 거주 중인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9시 30분께 비리 혐의와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출석을 앞두고 있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은 지난 25일 황각규 그룹 정책본부 운영실장(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현재 조사 중이다.
이 부회장은 황각규 사장과 소진세 정책본부 대외협력단장(사장)과 함께 신 회장의 최측근이자 '정책본부 3인방'으로 불리며 그룹 내 핵심인물로 꼽힌다. 이들은 '신격호의 남자'로 불렸으나 지난해 오너일가의 경영권 분쟁을 기점으로 신 회장의 우호세력으로 결집됐다.
특히 이 부회장은 한 때 신 총괄회장 옆에서 오랫동안 그의 입과 귀 역할을 해왔던 인물로, 현재는 신 회장의 우군역할을 하며 그룹 핵심 계열사인 롯데쇼핑의 임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그는 지난 1973년 롯데호텔에 입사해 1987년 롯데쇼핑으로 자리를 옮긴 후 1997년 롯데백화점 대표에 올랐다. 또 2007년에는 롯데쇼핑 소속 정책본부 부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2011년에는 정책본부장 직책을 맡으며 부회장에 올라 오너일가를 제외하고는 가장 높은 직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로 인해 검찰은 이 부회장이 롯데 사정에 정통한 만큼 비자금 조성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보고 이번에 롯데그룹에서 거액의 비자금이 조성된 경위와 사용처 등을 집중 조사하려고 했으나 물거품이 됐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검찰의 조사를 앞두고 압박을 받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황 사장과 이 부회장을 통해 오너일가의 급여 명목 횡령, 인수합병 과정에서 발생한 경영손실을 계열사에 떠넘기거나 알짜 자산을 그룹의 핵심인 호텔롯데로 이전시킨 배임 혐의 전반을 조사할 예정이었다. 또 6천억원대의 탈세, 300억원대로 알려진 롯데건설 비자금 내역 등도 수사 대상에 올려뒀으나 이번 일로 수사 일정을 재조정한다는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진심으로 안타깝고 고인에 애도를 표한다"며 "수사 일정은 재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언론 보도를 통해 이 사실을 접한 만큼 현재로선 당혹스럽다"며 "이번 일과 관련된 내용은 현재 확인 중이며 정확한 내용이 확인되는 대로 말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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