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미기자] '한섬'으로 자신감을 얻은 현대백화점그룹이 SK네트웍스의 패션사업 부문 인수를 추진하며 패션 영역 확장에 본격 나섰다. 현대백화점그룹이 한섬에 이어 SK네트웍스 패션사업까지 인수할 경우 패션업계에서 삼성물산, LF와 '빅3' 경쟁을 펼칠 수 있게 된다.
20일 SK네트웍스는 조회공시답변을 통해 "(현대백화점 측에) 패션사업 매각을 검토 중이나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이 없다"고 밝혔다. 또 현대백화점 역시 "네트웍스의 패션사업 부문 영업 양수를 검토중에 있으나 아직 확정된 바 없다"고 이날 공시했다.
양사는 우선 이와 관련해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되는 시점이나 1개월 이내에 재공시하겠다는 입장이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는 과정에서 경영진들이 이에 대해 검토한 것으로 안다"며 "패션사업 부문 매각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며 이 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SK네트웍스는 현대백화점과 패션부문 매각 작업을 진행 중으로, 매각 금액은 3천억원 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SK네트웍스는 현재 E&C(42.76%), 무역상사(27.00%), 정보통신(24.81%)을 3대축으로 삼고 있으며 최근에는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 동양매직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렌탈 사업 확장도 노리고 있다.
반면 패션부문은 지난해 당기순손실 93억원을 기록할 만큼 수익성이 좋지 않은데다 패션산업 자체의 전망도 밝지 않아 SK네트웍스 측이 매각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SK네트웍스에서 패션부문이 전체 매출(20조3천558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으로 2.78%(5천657억원)에 불과하다. SK네트웍스 패션부문은 오브제·오즈세컨·세컨플로어 등 자체 브랜드와 캘빈클라인·타미힐피거·DKNY·클럽모나코 등 수입 브랜드 등 12개 패션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 일이 성사가 되면 SK네트웍스는 사업 구조조정을 통해 전략부문에 집중할 수 있고, 현대백화점은 계열사 한섬을 통해 패션사업을 더 키울 수 있게 된다.
한섬은 국내 시장 불황 여파로 패션업계가 고전하고 있지만 꾸준히 영업이익을 내며 나홀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12년 현대백화점에 인수된 후 주요 채널망을 확보하면서 매년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나가며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한섬은 지난 2분기에도 전년 동기 대비 20.4% 증가한 1천452억2천70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영업이익은 102.5% 증가한 80억7천700만원을 기록해 경쟁사들의 부러움을 샀다. 아직까지 한섬의 매출 규모는 지난해 기준으로 업계 1위인 삼성물산 패션부문(1조7천383억원)의 3분의 1 수준이지만 계열사 유통망을 기반으로 브랜드 라인 확대, 편집숍 론칭 등 새로운 사업을 끊임없이 시도하며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또 최근에는 국내 사업에서의 자신감을 토대로 중국 시장 진출에도 의욕을 드러냈다. 한섬은 지난 19일 공시를 통해 중국 시장 진출에 대한 의사를 밝혔으며 최근 중국 항저우지항실업유한공사와 자사 브랜드 시스템, 시스템옴므 독점유통 계약을 체결했다.
한섬은 현재 자사 중국 사업을 진행 중인 SK네트웍스와의 계약이 끝나는 내년부터 독자적으로 중국 진출을 본격화할 예정으로, 내년 2월부터 5년간 최소 수주금액은 836억원 수준이며 연간 약 160억원 규모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백화점이 SK네트웍스 패션부문을 인수하게 되면 여성복 위주의 한섬과 함께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게 되는 효과를 얻게 된다"며 "한섬의 브랜드 경쟁력이 좋아 의류 시장 성장률이 10%에 가까운 중국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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