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유미기자] 지난해 말 소주 가격 인상에 이어 '서민 술'로 인기를 끌고 있는 맥주도 4년여만에 가격이 오른다. 빈병 취급수수료 인상과 할당관세 폐지 등으로 인해 원가가 상승한 데다 판매관리비 등이 증가하면서 더 이상 가격 인상을 미루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28일 오비맥주는 다음달 1일부터 카스, 프리미어OB, 카프리 등 주요 맥주 제품의 출고가를 평균 6% 인상한다고 밝혔다. 맥주 가격이 인상되는 것은 지난 2012년 8월 이후 4년 3개월 만의 일로, 맥주 시장 점유율 1위인 오비맥주가 제품 가격을 인상하는 만큼 다른 맥주업체들의 제품 가격 인상도 조만간 이뤄질 전망이다.
이번 가격 인상 대상 품목은 국내에서 생산 중인 주요 제품들로, 병 제품은 6.01%, 캔 제품은 355㎖가 6.01%, 500㎖가 3.55% 오른다. 이번 인상에서 국내 생산되는 해외 브랜드인 '버드와이저'와 '호가든' 등은 대상에서 제외됐다.
대표 제품인 카스 병맥주의 경우 500㎖ 기준으로 출고가가 1천81.99원에서 1천147.00원으로 65.01원(6.01%) 오르게 된다. 또 카스레몬 330㎖ 병은 896.58원, 카스라이트 330㎖ 845.97원, 카스비츠 330㎖l 1천741.80원, 프리미어OB 500㎖ 1천147.00원, OB바이젠 330㎖ 975.26원, 카프리330㎖ 1천54.41원으로 인상됐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말 소주 가격이 인상된 이후 연내 맥주 가격도 인상될 것이라는 얘기가 많았지만 서민 술로 인식되고 있는 소주가 가격이 오르자 여론이 악화된 점을 인식해 적극 나서지 못했다. 실제로 한국소비자단체들은 맥주 출고가가 5.5% 인상될 시 음식점 가격이 4천원에서 4천616원(15.4%)으로 오르게 돼 실제 소비자가 체감하는 부담은 3배 이상 될 것이라는 주장도 펼쳤다.
그러나 맥주 업체들은 이제 외부 요인에 따른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오비맥주는 맥주 가격을 지난 2009년 2.80%, 2012년 5.89% 올린 후 4년 간 가격을 유지해왔으나 올해 6월 빈병 취급수수료가 기존 19원에서 31원으로 인상되는 등 원가 압박을 받게 되면서 이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됐다. 빈병 취급수수료는 주류 제조사가 빈병을 재활용 할 수 있도록 수거해 가져다주는 업체에 지급하는 비용이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빈병 취급수수료 인상 등 전반적인 경영여건을 감안할 때 두 자릿수 이상의 가격인상 요인이 발생했다"며 "그러나 소비자 부담을 고려해 인상폭을 최소화했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당초 4월이나 여름철 성수기가 되기 전인 6월께 출고가가 인상될 것으로 전망됐으나 업체들이 여론을 의식해 눈치를 보게 되면서 인상 시기를 놓친 것으로 보인다"며 "업계 1위인 오비맥주가 가격을 올린 만큼 하이트진로, 롯데주류 등 다른 업체들도 가격을 조만간 올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업계 2위인 하이트진로와 3위인 롯데주류 등 경쟁사들은 맥주 가격 인상에 대해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현재 수입맥주가 시장 점유율을 급속도로 확대하면서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섣불리 나설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가격 인상에 대해 검토하지 않았다"며 "(오비맥주가 인상한 만큼 앞으로) 인상 여부와 시기는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가격 인상요인이 없는 것은 아니나 다양한 방안이 고려돼야 하는 사항"이라며 "(이와 관련해) 아직 결정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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