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다운기자] '금융개혁의 골든타임'
올해 금융시장의 주요 흐름을 꼽아보면 글로벌 금융불안과 경기 침체, 핀테크의 대두를 들 수 있다.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금융업계도 이런 상황 하에서 올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변화의 물결을 받아들이게 됐다.
24년 만에 인터넷전문은행이 새로운 은행 플레이어로서 출범하게 됐고, 증권업계에서는 인수·합병(M&A)으로 초대형 투자은행(IB)이 탄생했 다.
◆핀테크, 금융생활 속으로
지난해가 핀테크의 '태동기'였다면 올해는 본격적으로 핀테크가 꽃 피는 '개화기'였다. IT와 금융의 결합은 결제, 송금, 자산관리, 대출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퍼져나갔다.
가장 큰 변화는 '비대면 실명확인' 허용으로 온라인으로 계좌개설, 대출 등의 금융업무가 가능해진 것이다. 비대면 허용으로 은행, 증권 등의 금융업계에 온라인을 이용한 다양한 상품 출시의 물꼬를 텄다.
24년 만에 은행업 인가를 받게 된 '케이뱅크'는 비대면을 이용한 금융 '첨병'이라고 할 수 있다. 지점 없이 모바일 등 온라인으로만 영업을 하는 한국형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올 12월 금융당국의 본인가를 획득함으로써 출범 절차를 마무리하고 곧 문을 열 예정이다. 지점 운영 비용을 절약하는 대신 예금자와 대출자에게 더 유리한 금융상품을 제공하겠다는 인터넷전문은행이 은행업에 파문을 던질 수 있을지 기대된다.
올해 초부터 시행된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제도는 '벤처 열풍' 속에서 개인 투자자들도 스타트업에 손쉽게 투자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크라우드펀딩 제도 시행 후 10개월 만에 100개 기업이 펀딩에 성공했으며, 총 163억원의 투자자금이 모집됐다.
대출형 크라우드펀딩이라고 할 수 있는 P2P 대출의 발전 속도도 눈부셨다. 지난해 말 400억원도 안되던 P2P 대출 시장은 이제 5천억원에 육박한다. 업체 수도 120개를 뛰어넘었다.
자산관리에는 '로봇 바람'이 불었다. 올 10월 말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가 가동하며 25개 로봇들이 시험대에 올랐다. 한 달 간의 성과를 보면 이들 로봇 알고리즘은 인간 펀드매니저 못지 않은 수익률을 올리며 순항하고 있다. 테스트가 완료되면 내년께 본격적인 로봇 자산관리 시장이 시작될 것으로 기대된다.
◆증권사 대형 M&A 잇따라 체결
'한국의 골드만삭스'라고 할 수 있는 초대형 IB 증권사도 산고 끝에 탄생한다.
오는 29일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이 합쳐 통합 미래에셋대우로 출범할 예정이다. 자기자본 4조원 규모의 대우증권과 3조원 규모의 미래에셋증권이라는 두 공룡이 만나 자기자본 7조원의 국내 최대 증권사로 다시 태어나게 되는 것이다.
추가 자본 확충으로 지난 8월 금융위원회가 제시한 초대형 IB 기준인 8조원을 넘어서게 되면 종합금융투자계좌(IMA), 부동산신탁 업무 등 기존 증권사들은 할 수 없었던 업무까지 진출할 수 있게 된다.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의 합병법인인 통합 'KB증권'도 내년 1월 출범한다. 합병 후 자기자본 규모는 약 4조원. 지난해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한 NH투자증권은 자기자본 4조5천억원을 갖췄으며, 지난 20일엔 삼성증권도 3천500억원 규모의 증자를 통해 자기자본 4조원대의 대형 IB 반열에 올라서게 됐다.
이처럼 M&A를 통해 몸집 불리기에 성공한 대형 증권사들이 본격적으 로 탄생하면서 국내 증권업계에도 큰 파장이 예고된다. 기존에는 국내 상위권 대형 증권사라도 자기자본이 3조원대 수준에 불과해 본격적인 IB 업무를 수행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동안 큰 빛을 못 보던 정부의 '대형 IB' 육성이 급물살을 타며 기업금융, 부동산 금융, M&A 인수금융 등 골드만삭스 같은 해외 유수의 IB들이 도맡아 온 IB 분야에 국내 IB들이 도전장을 내밀 전망이다.
◆16년 만에 우리은행 민영화 성공
금융당국의 오랜 숙제였던 '우리은행 민영화'도 4전 5기 끝에 성공했다.
지난달 정부는 동양생명, 유진자산운용,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 한화생명, 미래에셋자산운용, IMM PE 등 7개사를 우리은행 과점주주 낙찰자로 최종 선정해 정부 보유 지분 29.7%를 매각했다.
우리은행이 외환위기 이후 정부 소유가 된지 16년 만에 민영화에 성공한 것이다. 우리은행은 외환위기 이후 1998년 부실화된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이 합병한 한빛은행이 전신으로, 정부는 금융기관 부실을 정리하면서 우리은행에 그간 12조7천억원의 공적자금을 지원해왔다.
이후 공적자금 회수를 위해 2010년부터 우리은행의 경영권 매각을 추진하며 2014년까지 4차례 매각을 시도했으나 사려는 매수자가 없어 모두 유찰되고 말았다.
결국 정부는 지난 8월 경영권지분 매각이 아닌 지분을 나눠파는 과점주주 매각 방식으로 민영화 방침을 결정했다.
최근 우리은행의 대주주 예금보험공사는 우리은행과 맺었던 경영정상화이행약정(MOU)도 해지함으로써 우리은행은 정부의 관리에서 벗어나 민간 자율경영의 문을 열게 됐다.
◆서민 금융지원 신상품 출시
저금리·저성장 기조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서민 가계의 재테크 및 금융지원을 위한 새로운 정책적 상품도 잇따라 출시됐다.
지난 3월 출시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는 국민 재산증식 지원을 위해 정부가 야심차게 내놓은 '국민통장'으로 출시 전부터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출시 이후 금융회사들의 마케팅 과열에 따른 깡통계좌 논란, 의무 가입기간 부담, 수익률 산출 오류 등의 잡음이 발생하면서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최근 ISA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법률 개정안이 추진되면서 혜택을 높인 ISA가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밖에 소유주택을 담보로 맡기고 대신 연금을 받는 주택연금 우대상품인 '내집연금 3종세트'도 올 4월 출시됐다. 기존 주택연금보다 연령별·자산수준별로 가입 혜택을 높인 상품으로 집 한 채만 갖고 있는 '하우스 푸어'들의 노후대비를 위해 마련됐다.
2%의 은행권 대출금리와 20%대의 저축은행 대출금리 사이의 중금리 대출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사잇돌 대출'도 올 7월부터 판매가 시작됐다. 최근 가계대출 문제가 부각되면서 정부는 서민금융 지원을 위해 5~10% 수준 금리의 사잇돌대출의 대출 금액을 늘리는 등 확대지원에 나서고 있다.
김다운기자 kdw@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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