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경기자] 23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 100일을 맞은 가운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이른바 '초이노믹스'로 불리는 최 부총리의 경기 부양책이 단기적인 경기 부양에만 집중하고 있어 우려된다며 구조개혁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이제는 공평과세 실현과 복지지출 확보를 위해 정부가 즉각적인 증세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해 주목된다.
◆구조개혁 없는 단기부양, 일본 답습 가능성 커
경실련은 우선 "양극화 심화, 불균형 성장, 저성장 기조 등 현재 우리 경제가 처한 위기적 상황을 극복하려면 근본적인 구조개혁이 전제돼야 한다"며 "단기적 처방의 반복으로는 국민경제에 폐해만 초래한 이전 정부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현재 재벌 대기업 위주의 산업구조 개편, 공정한 시장경제체제 확립 등 근본적이고 전면적인 구조개혁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어 "최 부총리이 인위적 경기부양 기조는 과거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답습할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최 부총리는 취임 이후 저성장, 저물가, 경상수지 흑자 확대 등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시절과 유사하다는 점을 들어 41조원 규모의 재정지출, 부동산 금융 규제 완화, 금리 인하, 대출 확대 등의 대대적인 경기부양책을 시행하고 있다.
경실련은 그러나 "경제구조문제의 근본적 해결 없이 최 부총리가 시행한 경기부양책은 지난 1985년 플라자 합의 이후 엔화 강세 상황에서 일본이 취한 정책들을 그대로 답습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일본이 엔화 강세 상황에서 경제체질 개선으로 경쟁력을 제고하는 대신, 재정 확대와 금리 인하 등 손쉬운 부양책에만 지나치게 의존하다가 위기를 자초했는데, 최 부총리의 정책이 이를 빼닮았다는 것이다.
특히 일본 정부가 1993년 이후 10년간 매년 1천억달러씩 총 1조달러의 재정을 풀어 도로·댐 등 사회간접자본에 투자했지만 대대적인 재정 확대는 큰 폭의 재정적자를 만성화해 국가부채를 빠르게 증가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중장기적으로 한국 경제의 체질 개선을 통해 저성장체제에서도 경제안정과 효율을 높이는 노력 없는 대규모 경기부양책은 우리 경제에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민 지원 늘리고, 재정적자 해소 위해 증세해야
경실련은 "이 같은 점을 고려할 때 정부가 근본적 구조 개혁을 추진하고 서민 지원을 확대하면서, 재정 적자 해소를 위한 증세가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재벌 대기업의 지배구조 개선과 경제민주화 입법 등을 통한 전면적인 구조개혁은 기존 산업구조의 변화와 공정한 시장시스템의 확립으로 이어지면서 내수 활성화, 일자리 창출 등의 선순환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판단이다.
또 진정한 가계소득 증대를 위해서는 서민층 지원을 확대할 것을 권고했다. 중산층 이하 서민층·비정규직·영세자영업자 등에 대한 다양한 소득 지원, 즉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최저임금 인상, 영세자영업자 지원 확대 등을 통해 소득증대가 소비와 지출로 확대되는 선순환을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공평과세 실현, 복지지출 확보, 재정적자 해소를 위해 증세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근혜정부가 증세없는 복지 실현을 천명했지만, 최근 세수 부족, 재정 적자 상황 그리고 저출산, 고령화, 저성장 국면으로의 진입을 감안하면 이러한 구호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다.
경실련은 "경기침체 장기화로 세수 부족이 심각한 가운데 복지지출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어 재정건전성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며, 세제는 조세형평성을 훼손하고 있다"며 "정부는 공평과세 실현과 복지지출 확보를 위한 즉각적인 증세에 나서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 시작은 이명박정부에 시행한 부자 감세를 원상회복하는 차원에서의 소득세 및 법인세 인상이 되어야 한다는 시각이다.
이밖에도 중장기적으로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에 대한 과감한 지원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하고, 가계·금융부실을 초래할 부동산금융규제의 원상회복과 가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혜경기자 vixe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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