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계현기자]"세트에선 싸우더라도 애플은 삼성전자 부품 사업의 주요 고객입니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스마트폰 디자인 특허 등을 놓고 세계적인 소송을 벌이고 있고, 최근 애플 신제품 아이폰5(가칭)에 삼성의 모바일 D램, 낸드플래시 등이 빠졌다는 소식이 전해진 상황에서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이같은 입장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특허 분쟁 중에도 부품 관련 협력 사업은 이성적으로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권오현 부회장은 12일 중국 반도체 공장 기공식과 관련 시안시 샹그릴라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세트가 싸우고 전쟁이 벌어지고 있으니까 부품도 동참해야 되지 않나' 하는 식의 시각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삼성전자는 설립 이래로 부품과 세트가 별개로 운영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권 부회장은 "(애플과의 특허 소송을) 부품 쪽 사업과 연관시키는 것은 추측의 측면이 크다"며 "비즈니스는 항상 이성적 판단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고려사항이 많고 세트에선 싸우더라도 애플은 삼성전자 부품 사업의 주요 고객"이라고 분명하게 덧붙였다.
그는 또 "제품의 수명주기가 빨라져 이러한 추세에 빨리 적응하는 회사와 적응하지 못한 회사가 양극화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며 "선두주자들에게도 힘든 환경이지만 세계에서 1등하는 회사는 최소한 적자는 안 본다"고 설명했다.
권 부회장은 "세계에서 1등하는 회사가 시장이 있는데도 적자를 본다면, 그것은 운영(오퍼레이션)을 잘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이 최신 제품인 아이폰5에 삼성전자가 생산하는 모바일 D램, 낸드플래시를 탑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고, 그 이유가 애플·삼성 간 특허 소송의 영향 때문이 아니라 양사의 가격협상이 결렬됐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있는데, 여기에 힘을 실은 발언으로 해석된다.
애플이 제시한 가격이 안 맞아 삼성 부품을 넣지 않았다는 의미로 분석할 수 있는 것이다.
권오현 부회장은 하반기 반도체업계 시황에 대해선 "세계적으로 경기가 좋은 곳이 별로 없고 경제성장률도 둔화되는 상황"이라며 "고객들을 만나면 전부 '불투명하다', '불확실하다'는 답을 듣고 있고, 삼성전자 부품(DS) 부문도 같은 상황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권오현 부회장은 "어차피 부품은 세트와 연관돼 있고 세트는 또 세계 경제랑 연관이 돼 있다"며 "2013년 업황도 획기적으로 개선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태블릿PC·스마트폰 등이 이끌어나가는 전자제품 수요도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른다는 것. 올 하반기에 이어 2013년까지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한 수요 부족, 공급 과잉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자 삼성전자는 부품 부분 전반에서 자체적인 속도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12일 중국 시안공장 기공식을 시작으로 중국에 23억달러(한화 약 2조6천억원)의 초기 투자를 집행하고 미국 오스틴사업장에도 40억달러(한화 약 4조5천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추가 투자계획이 연이어 잡혀있지만 반도체 업황의 회복속도에 따라 투자 시기를 앞당기거나 늦출 계획이다.
이 날 기공식이 열린 중국 시안공장의 10나노급 낸드플래시 반도체의 연 최대 생산량은 300mm 웨이퍼 기준 10만장이지만 내년 시장 상황에 따라 가동률이 결정될 예정이다.
권오현 부회장은 "첫번째 공장을 잘 만들어 생산한 뒤 시황이 좋아지면 더 투자할 계획"이라며 "생산량을 올릴지 천천히 속도를 해나갈지에 대해선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권오현 부회장은 10나노급 낸드플래시 메모리 반도체의 국내 양산계획에 대해서도 "올해 하반기 내 대량생산은 하지 않을 것 같다"며 "10나노급 낸드플래시 생산을 빨리 가지 못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시장 상황도 영향을 미쳤다. 수요가 많으면 생산량이 많은 10나노급으로 빨리 가는 게 유리하겠지만 수요가 없으면 투자비는 비싸고 제품 가격은 내려가는 모순적인 상황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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