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성기자] 미국 제 1 이동통신회사 버라이즌와이어리스는 지난 6월28일(현지시간) 새로운 요금제를 선보였다.
'셰어 에브리씽'이라는 이 공유요금제는 일정 데이터를 구매한 뒤 스마트폰을 비롯한 각종 모바일 기기를 10대까지 함께 쓸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음성과 문자는 무제한인 반면 데이터 요금은 상당히 비싸게 책정한 것이 특징이다.
각 기기별로 기본 접속 요금을 부과하는데 일반 휴대폰은 30달러, 스마트폰은 40달러가 기본요금이며 여기에 기가바이트(GB) 단위로 데이터 요금을 받는다.
1GB의 경우 50달러이며 2GB는 60달러, 이후 2GB가 추가될 때마다 10달러씩 올라가 10GB를 이용할 경우 100달러가 부과된다.
본인이 소유한 다양한 모바일 기기에서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을뿐 만 아니라 가족이나 친구들과도 '묶음'형태로 데이터를 공유해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지만 1GB에 50달러라는 금액은 비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음성통신, 데이터로 중심 이동
그럼에도 버라이즌의 새로운 공유요금제는 현 국내 통신시장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요금제는 음성에 대한 통신사들의 수익 의존도를 낮추고 데이터 수익을 크게 높인 요금제다. '통신수익=음성'이라는 공식을 깨고 데이터 중심의 요금제로 근본적인 변화를 꾀한 것이다.
반면 국내 통신사들은 음성통화료에 높은 요금을 부과하는 반면 데이터요금은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하고 있다.
데이터 이용량이 폭증하면서 이를 지원하기 위한 망투자비와 주파수 확보 비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지만, 애당초 데이터를 '미끼상품'처럼 인식하고 요금제를 만들다보니 이용대가에 대한 가치를 다시 회복시키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때문에 국내 통신사들이 버라이즌처럼 데이터 요금을 대폭 인상하는 요금정책을 취할 수는 없다. 지금도 통신요금에 적지않은 불만을 표출하고 있는 이용자들이 데이터 요금 인상을 수용할 리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음성통화료를 높게 책정해 수익을 보전해 왔던 구조를 데이터 중심으로 전환시킬 사업모델 또한 준비되지 않았다.
문제는 데이터 서비스가 단순히 동영상이나 게임 등 엔터테인먼트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를 대체하는 무료통화(mVoIP) 서비스로 발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통신사는 '마지막 보루'와도 같았던 음성통화 수익이 mVoIP로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되자 '추가요금제' 등을 고민하고 있다. 이미 데이터요금을 지불한 소비자들에게 mVoIP를 쓰기 위한 별도 요금을 더 내라는 것이다.
버라이즌과 같은 파괴적인 요금인상은 아니지만, 데이터요금 자체에 대한 추가부담을 지우는 것은 사실이다.
통신사들은 '망 고도화를 위한 투자여력 확보'를 위해 궁여지책으로 내놓은 방책이라는데, 이용자의 공감을 얻지는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통신사 수익이 급감해 망 투자에 영향을 주는 상황을 수수방관할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다수를 위해 1% 헤비유저 통제해야
전문가들은 "먼저 데이터를 과소비하는 소수 독점이용자부터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3G 요금제에서는 '데이터무제한요금제'를 이용할 수 있다. 전체 스마트폰 가입자의 60% 정도인 1천800만명 가량이 54요금제 이상에 가입돼 있어 데이터 무제한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한 통신정책 전문가는 "대부분의 가입자는 월 평균 2GB 이내의 합리적인 이용패턴을 보이고 있지만 데이터무제한요금제 가입자의 10% 정도 되는 '초다량 이용자(헤비유저)'가 문제"라고 말했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10%의 헤비유저가 전체 데이터 이용량의 80% 이상을 소모하고 있으며 이중 1%의 극소수 헤비유저가 전체 이용량의 30% 이상을 소모하고 있다.
통신사 관계자는 "'테더링(3G 무선인터넷 공유 기능)'을 이용해 태블릿PC나 노트북 등에서 스마트폰의 수십배나 되는 데이터를 소모하는 등 무선 데이터를 독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이같은 헤비유저를 제한하기만 해도 일반 이용자들은 보다 쾌적한 환경에서 데이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통신정책 전문가는 "이미 통신3사는 헤비유저의 과도한 데이터 이용을 차단할 수 있는 기술을 다 갖춰놨지만 '데이터 제한'이라는 것이 이슈화 됐을 경우 회사가 입을 이미지 타격을 고려해 헤비유저에 대해서도 제한을 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같은 헤비유저를 제한하기만 해도 통신망 증설에 대한 부담을 훨씬 덜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헤비유저에 대한 '일시적인 데이터 이용제한'을 거는 것 외에 외국 통신사들이 하고 있는 '데이터 상한제'를 도입하는 것도 고려해볼만 하다.
정책 전문가는 "미국 버라이즌의 경우 정액요금제 가입자라 하더라도 특정인이 데이터를 독점하지 못하도록 월 150GB의 데이터상한제(Date Usege Cap)를 적용하고 있다"면서 "통신사들은 데이터 추가 요금부담과 같이 전체 이용자에게 망부하에 대한 부담을 물릴 것이 아니라 헤비유저를 적극적으로 제한해 망 품질을 높이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라고 조언했다.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들도 이유없이 통신망에 과도한 트래픽을 발생시키는 방법을 지양하고 통신망 친화적인 개발을 하려는 태도가 필요하다.
이 전문가는 "단순 게임 앱인데도 공지사항 등을 '푸시알림' 기능으로 넣는 식으로 무의식중에 망에 부하를 끼치는 개발 방법을 채택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통신사들이 망 친화적인 앱 개발을 위한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개발사에 배포하고 설명회를 하는 등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개발자도 스스로 통신망에 대한 배려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통신사, 데이터중심의 요금제 전환 준비해야
다소 비싸게 책정된 음성통화요금을 조정하고 궁극적으로 4G 시대에 맞는 데이터 전용요금제가 출시되도록 구조적인 변화도 요구된다.
현재 음성통화료 외에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데이터요금은 월 2만원가량이다. 스마트폰 월정액요금제가 기존에 이용하던 음성과 문자에 새롭게 데이터만 추가됐는데 과거 이용요금보다 2만원가량 올랐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실은 이 요금제에 소비자가 구입한 스마트폰 단말기 가격이 '할인요금'이라는 형태로 숨어있지만 소비자는 그같은 부분을 인지하기가 쉽지 않다. 결국 고가 스마트폰 단말기 가격은 '할인요금제'라는 이름으로 할부판매하고 기존 음성요금은 다 받으면서 데이터는 미끼상품으로 전락시킨 통신사가 지금 한꺼번에 부메랑을 맞고 있는 것이다.
이 모순을 깨기 위해서는 4G 'All-IP' 시대에 걸맞는 데이터 중심의 요금제가 새롭게 구성돼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현재 원가 이상으로 과평가된 음성요금부터 내려야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음성통화요금을 조정해 통신사 역시 음성통화요금에 기댔던 수익구조를 환골탈태 시켜야 한다.
통신사 고위관계자는 "음성통화료가 더이상 회사의 수익원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이 변화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사회적 합의와 정책적 변화, 그리고 회사의 이익구조가 모두 충족되면서 서서히 변화해야 하는데 지금 시장은 회사와 정책이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급격하게 바뀌고 있으니 이용자와 충돌이 일어나고 통신사가 지탄을 받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데이터 가치가 급변하고 있는 시대, 스마트폰 이용자와 통신사 모두가 데이터에 대한 가치를 새롭게 깨닫고 이를 아낄 수 있어야 '데이터 요금폭탄'을 피할 수 있다.
아울러 통신사는 '트래픽 폭증'에 대한 자세를 '데이터 요금인상'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해결하기 보다는 극소수 헤비유저들을 효율적으로 통제하면서 설비 투자 부담을 낮추고 궁극적으로 4G 시대에 맞는 새로운 요금제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 됐다.
강은성기자 esth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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