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민혜정 기자] 반도체 불황 속에서도 이를 위탁생산(파운드리) 하는 업체들이 선방했지만 4분기 이후엔 혹한기를 맞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PC, 휴대폰 등 IT 기기 수요 감소 영향을 파운드리도 피해가기 어렵다는 우려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 1~3위 파운드리 업체들이 3분기에 호실적을 거뒀다.
TSMC는 3분기 매출 6천131억4천200만 대만달러(약 27조5천억원), 영업이익 3천103억2천400만 대만달러(약 13조9천억원)를 달성했다. 매출은 지난해 동기보다 47.9%, 영업이익은 81.5%나 증가했다.
TSMC는 메모리사업 의존도가 큰 삼성전자 반도체 실적을 뛰어넘는 결과를 얻었다. 삼성전자는 3분기에 반도체(DS) 부문 매출이 23조200억원, 영업이익이 5조1천2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TSMC가 삼성보다 업황을 덜 탔기 때문이다. PC와 스마트폰을 만드는 업체들이 수요 약화로 반도체 재고를 조정하면서 메모리 업체들은 실적에 타격을 받았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3분기 D램과 낸드 가격이 전분기 대비 각각13~18%, 30~35% 하락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문별 실적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파운드리는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고 밝혔다. 삼성은 세계 2위 파운드리 업체다. 지속적인 선단 공정 개선과 수율 향상 덕분이다.
세계 3위인 대만 UMC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늘었다. UMC의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753억9천200만 대만달러(약 3조3천300억원)와 301억5천 700만 대만달러(약 1조3천300억원)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4.9%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99.3%나 늘었다.
그러나 파운드리 시장도 주문량이 감소하면서 위축되는 분위기다.
대만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TSMC는 고객사에 대한 주문량을 50% 줄였다. TSMC의 3나노미터(nm, 10억 분의 1m) 공정의 웨이퍼 기준 월 생산능력(CAPA)이 기존 계획이었던 4만4천장에서 1만장 수준까지 감소할 전망이다. 노광장비 등 장비 반입이 지연되고 비용이 증가하는 탓이다.
TSMC는 지난 3분기 실적발표에서 "산업 전반적인 업황이 후퇴할 수 있다"며 "지난 3년과 달리 4분기에는 회사가 가진 캐파를 모두 쓰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TSMC가 3나노 공정에서 부진하면 삼성이 반사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 6월 3나노 공정을 시작했다. 다만 반도체 수요 자체가 줄어든다면 삼성에도 호재만은 아니다.
16nm, 28nm, 45nm 등 성숙(레거시) 공정 파운드리 시장 분위기도 심상찮다.
업계 관계자는 "마이크로컨트롤유닛(MCU), 디스플레이구동칩(DDI), 전력반도체, 센서 등 자동차, TV, 등에 탑재되는 전통적인 칩 주문량도 감소하는 추세"라며 "파운드리 업계도 비용 절감에 힘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내년 글로벌 경기 둔화 영향에 상반기까지 단기 구간 수요 불확실성 있다"며 "하반기엔 적체 재고 소진과 고성능컴퓨팅(HPC), 오토 등 응용처 수요 견조로 시장이 회복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부 파운드리 업체들은 투자 규모를 축소하며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TSMC는 연초 시설투자 규모를 400억~440억 달러(약 62조원)로 발표했지만 이를 10% 이상 하향 조정했다.
세계 3위 파운드리 업체 UMC도 올해 시설투자를 36억 달러에서 30억 달러(약 4조2천억원)로 낮췄다.
UMC 측은 "4분기 인플레이션과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수요 약세가 지속되며 역풍을 맞을 것"이라며 "스마트폰과 PC 수요의 장기간 침체를 확인했으며 이러한 추세는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민혜정 기자(hye55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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