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선훈기자]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으로 촉발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논란이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게 됐다.
6일(이하 현지시각) 외신에 따르면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한·미 FTA 폐기 논의를 당분간 중단하기로 했다고 언급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관련 논의가 완전히 중단된 것은 아니지만, 빠른 시일 내에 폐기에 대해 논의할 계획은 없다는 것이다.
'한·미 FTA 폐기'는 지난 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허리케인 '하비' 수해 현장을 방문해 다음주부터 관련 사안을 참모들과 논의하겠다고 밝히면서 도마 위에 올랐다. 그러나 며칠 지나지 않아 사실상 이 발언을 뒤집었다.
앞서 지난 5일에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2차 협상이 끝난 뒤 연 기자회견에서 한국과의 협정에 대해 '약간의 개정'을 원하는 협상을 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개정(amendment)'이라는 단어를 썼다는 점에서 기존의 재협상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내에서도 한·미 FTA 폐기에 대한 반발은 거셌다. 지난 5일 미국 의회 내 상원 재무위원회와 하원 세입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 4명이 성명을 냈다. 이들은 북한의 핵 위협에 따라 한·미 간 강력한 동맹의 중요성이 다시 강조된다며 한·미 FTA 폐기에 반대했다.
톰 도너휴 미국상공회의소 회장도 성명을 내고 한·미 FTA 폐기에 반대했다. 그는 FTA가 폐기된다면 미국인들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많은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처럼 미국 내에서도 반대 여론이 들끓자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한 발 물러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가운데 산업부는 지난 2일 트럼프 대통령의 '폭탄발언'이 있은 이후부터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백운규 산업부 장관이 지난 4일(이하 한국시각) 자동차업계와의 간담회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한·미 FTA 폐기를 검토할 수 있다는 발언을 했다고 알려지긴 했지만, 하루 만에 산업부는 "정부가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는 취지이며, 한미FTA 폐기여부를 검토하고 있다는 뜻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지난 6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수민 의원(국민의당)이 산업부에서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산업부는 "한·미 FTA 철수 부분은 공식입장이 아니어서 미국 측에 어필을 하거나 관련 접촉을 하고 있는 건은 없다"고 답변했다. 산업부는 또 미국이 한·미 FTA를 철수할 경우 예상되는 손익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업종별 영향에 대해서는 예단하기 곤란하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한미FTA 폐기 논란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착 주무 부처인 산업부가 뒷짐만 지고있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며 "지금이라도 자체적인 손익추계를 바탕으로 한미FTA 대응방안을 선제적으로 마련해놔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같은 백악관의 급격한 입장 변화에도 우리 정부의 신중한 대응 전략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현지 언론을 통해 계속해서 얘기는 나오고 있지만 공식적인 통로로 들어온 미국 측의 메시지는 없다"며 "계속해서 상황을 지켜보고, 공식적인 창구를 통해 미국 측의 입장이 전달된다면 그에 따라 대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내 재계는 미국 정부의 입장 변화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FTA 폐기 언급에 우려를 표한 바 있었는데, 이를 다시 번복했다는 점은 다행"이라며 "상호 호혜적인 협정을 맺고 있는데 이것이 폐기된다면 서로가 이익을 상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 역시 "바람직한 결정"이라며 "오는 10월 10일 열리는 한·미 재계회의에서도 한·미 FTA 이슈가 정식 안건으로 들어간 만큼, FTA를 통해 서로 윈윈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탤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선훈기자 kre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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