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계현기자] NHN이 서비스하는 대작 게임 '테라'가 지난 25일로 3개월째를 맞았다.
'테라'는 정액제 수익모델을 채택해 30일 상품을 결제할 경우엔 1만9천800원, 90일 상품의 경우 4만7천500원을 내야 한다. 상용화가 시작한 1월25일부터 계산하면 지난 24일이 90일째가 되는 날이다. 90일 상품을 처음으로 구매했던 이용자들은 25일이 '테라'를 계속 이용할지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날인 셈이다.
'테라'는 공개 서비스 시작과 함께 최고 동시접속자수 16만5천400명을 기록하며 시장에서 '대박' 게임으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3개월이 지난 현재, 게임 통계사이트·아이템 현금거래 사이트 등 이용자들의 관심을 반영하는 각종 '테라' 관련 지표들은 계속 하락곡선을 그리고 있는 상황이다.
PC방 이용시간을 집계하는 게임트릭스 통계에 따르면, '테라'의 최근 1주일간 점유율은 전체 게임 중 6~8%를 차지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이는 '테라'의 상용화 첫 주에 평균적으로 13~15%를 유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절반 가까이 줄어든 수치다. 같은 기간 출시 3년째를 맞은 엔씨소프트의 '아이온'이 16~18%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최근 일주일간에도 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행보다.
'테라'의 트래픽 감소추세는 아이템 거래량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아이템 거래 사이트인 '아이템베이'의 통계에 따르면 '테라'의 일일 아이템거래액은 3월 첫 주 1억5천만원대를 기록하며 최고점에 다다른 뒤 현재 약 20% 정도 빠진 1억원대에 머물고 있다.
이에 대해 '테라' 개발사인 블루홀스튜디오의 김강석 사장은 지난 20일 열린 '테라' 업데이트 발표 기자간담회를 통해 "MMORPG 장르 자체가 긴 라이프 사이클을 가지고 있다"고 전제한 뒤 "초반 흥행에 고무되지 않고 기본기를 갖춘 업데이트로 MMORPG를 끌어가는 본질적인 원동력인 커뮤니티 이용자들을 붙잡겠다"고 방침을 밝혔다.
이어 김강석 사장은 "개발사 입장에서 가장 괴롭고 뼈아팠던 지적은 개발사가 고객과 소통하지 못한다는 점이었다"며 '테라' 하락세의 원인으로 소통 부족을 꼽았다.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 보면 '테라'가 겪고 있는 문제들은 이용자와 소통이 부족해서라기보다는 콘텐츠가 부족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들이다. 개발사 입장에선 이용자들의 의견을 그대로 수렴하는 것도 불가능할 뿐 아니라 결정되지 않은 내용을 앞서서 공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3개월이 지난 현재 '테라'에는 새로 게임을 시작하는 이용자보다 만렙 이용자나 이미 만렙을 달성하고 새로운 캐릭터를 키우는 이용자들이 넘쳐나고 있다. 이용자의 콘텐츠 소비속도가 개발사의 추가 업데이트 속도보다 빨랐으며, '전투 이외에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제시하겠다'는 기치대로 MMORPG 이용자들에게 '레벨 달성' 이외의 게임성을 제시하지 못한 것이다.
김강석 블루홀스튜디오 사장은 "MMORPG의 경우 장기적인 시각에서 검토·숙고해야 하는 부분들이 많다"며 "4년간 굉장히 빡빡한 스케줄로 개발을 진행한 입장에선 상용화 이후라고 해서 개발 속도를 늦춘 것은 아니었지만 생산성 부분에서 점검해야 하는 부분들이 있었다"며 속도의 문제를 털어놓았다.
결국 현 상황에서 개발사가 택할 수 있는 타개책은 시간 싸움에서 이기거나 창의적인 콘텐츠를 내놓는 수 밖에 없다.
김강석 사장은 "다른 MMORPG와 어떤 면에서 차별화된 테라의 특성을 담아 낼 것인가, 얼마나 빠르게 이용자의 목소리를 수용하고 거기에 맞는 적절한 해답을 제시할 것인가, 이 두 가지 숙제를 안고 있다"며 향후 블루홀스튜디오의 목표를 제시했다.
'테라' 개발을 총괄하는 박현규 개발실장은 "테라가 이미 상용화 단계에 돌입한 게임인데도 불구하고 200여명의 개발인력을 전부 테라에 투입해 추가 콘텐츠 제작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며 진행상황을 요약했다.
NHN과 블루홀스튜디오는 다음달 내로 캐릭터의 최고 레벨을 50레벨에서 58레벨로 상향 조정하고 신규 사냥터 10곳, 인스턴스 던전 4곳 등이 포함된 새 대륙을 추가하는 대규모 업데이트를 적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와 함께 연내로 서버 내 대립구도 뿐 아니라 서버 간 대립구도를 기반으로 하는 만렙 콘텐츠를 강화해 콘텐츠 소비속도가 빠른 고레벨 이용자들을 끌어안을 계획이다.
두 회사가 발표한 업데이트가 얼마나 빠른 시일 내에 약속한 내용대로 적용될 수 있을지 '테라'의 성패를 판가름하는 것은 앞으로의 8개월인 셈이다.
박계현기자 kopila@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